자강론 내세웠던 김종인, 이번에는 안철수 사퇴 요구
국민의당 “김칫국 들이켜”...단일화 없이 완주 계획
‘열린 자세’ 윤석열, 단일화 길 열어둬 "정권교체"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야권의 ‘단일화’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비상대책위원장 당시부터 ‘자강론’을 강조했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번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해 ‘중도 사퇴’를 언급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일단 현재까지는 김 위원장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그는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 스스로 윤석열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종국에 정권교체를 위한 길을 택해 주시지 않겠나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안 후보의 사퇴를 통한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한 것이다.

다만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 비해서는 다소 수위가 조절된 모습이다. 김영환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기존보다는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았다"고 분석했다.
 
"'야권통합이 필요없다' 또는 '4파전으로도 이길 수 있다'에서 안철수가 사퇴해서 윤석열이 단일후보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씀했다"는 설명이다.

   
▲ 2017년 11월12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노재봉 전 국무총리의 축사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이미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추진했다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단일화에 대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달리 국민의힘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지난달 5일 후보로 선출된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10%p 이상으로 벌리며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선대위 구성 과정의 잡음으로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합류를 끌어내며 반등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도 선대위 제1차 회의에서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후보를 중심으로 해서 자신감이 충만해야 한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혹시나, 혹시나' 하는 이런 생각들은 절대로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단일화 같은 외부 변수에 기댈 생각을 하지 말고 당과 후보의 능력으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자강론’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1.11.9./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도 즉각 반발했다. 단일화 없이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의 사퇴 요구에는 안 후보가 아닌 권은희 원내대표가 대응했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판에서 상왕 행색을 했던 경험으로 미리 책임전거할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건가”라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김칫국을 한사발 들이키신거지요"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국힘 대선후보가 국가운영 능력이 없어 대선에서 패배하면 준비없이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의 책임이자, 기득권에 안주한 국힘의 전적인 책임"이라면서 "국민의당은 무늬만 정권교체인 국민의힘 눈속임에 거들 일이 없으니, 김종인 위원장은 자력갱생의 노력을 하시라"라고 쏘아붙였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공식 선언후 윤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윤 후보가 양보하면 안철수로 압도적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바지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 보수 야권 단일화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윤 후보는 ‘열린 자세’를 보이며 단일화의 길을 열어뒀다. 그는 선대위 출범식에서 "100가지 중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란 대의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단 점을 강조했다.

실제 안 후보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식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분위기를 굉장히 좋게 만들어 주셨다"며 "(안 대표와) 점심때도 보고 저녁도 하고 이러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는 현재 우리 당이 흡수하지 못하는 중도층의 표심을 모을 수 있는 우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향후 박빙 상황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우물에 모인 표심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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