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중신용대출, 총량규제서 제외" 외쳤지만…비중 맞추기 '족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로 고신용자 대출이 사실상 막힌 인터넷은행업계가 새해를 대비, 신규 차주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의 대출정책에 대해 "중·저신용자 대출은 총량·한도 규제에서 제외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업계는 올해보다 고신용자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당국이 내년도 대출총량을 올해보다 얼마나 늘려줄 지 미지수여서, 상당한 외형 성장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인터넷은행 3사.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 사진=각사 제공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내년도 신규 여신계획에 대해 "올해보다 폭넓은 상품을 제공하고, 다양한 계층의 차주들이 두루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고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내년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며, 사실상 한도·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업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중·저신용자 대출액이 총량관리에서 배제되면, 은행들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고 위원장의 발언이 대출총량에서 중·저신용자 대출분을 통째로 제외할 지, 일부 금액 및 비율만 산정해 제외할 지 미지수인 만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사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도 대출총량이 올해보다 얼마나(%) 늘어날 지에 대한 여부다.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시중은행에 전년 대비 총량을 4~5% 늘릴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지만,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심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에 대한 방침을 놓고 볼 때, 올해보다 총량한도가 소폭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최근 수신잔액이 급격히 불어나는 가운데 여신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급격한 외형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보다)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이 높다고 지적받는 상황이다 보니,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내년에는 토뱅과 시중은행이 본격 영업을 재개하면, 좀 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이미 (대출) 상품군이 완성형이고, 인터넷은행은 이제 새로운 상품이 나오고 있다"며 "기존 상품들도 버거워 (총량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국의 최종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은행 3사는 새해 신규 여신계획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우선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야심차게 준비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기존 대출상품을 보완 개선해 신규 차주를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주담대는 신용도에 상관 없이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가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예정일은 내년 상반기로, 이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에는 출시한다는 후문이다. 윤호영 카뱅 대표가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주담대는)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이미 상품출시는 준비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내년도 총량규제를 강화하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카뱅 관계자는 "내년에는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초기에 가장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면서도 "총량규제가 가장 큰 이슈인데, (카뱅에 부여할) 총대출한도에 따라 (주담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조금 염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상품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채워야 하는 만큼, (총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신규 상품이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케이뱅크는 올해까지 출시했던 상품들을 보완·개선해 새해 신규 차주를 맞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시한 아파트담보대출과 올해 8월 출시한 전세자금대출의 공급규모가 크기 때문. 

여기에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수요가 상당하고 중·저신용자 대출도 맞춰야 하는 만큼, 총량한도를 고려한 보수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케뱅 관계자는 "(고신용자 대출은) 12월31일까지 중단된 상황이고, 현재로선 (새해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가 모두 원래대로 대출을 받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새해 총량한도에 대해서는 "올해보다 늘어나겠지만 얼마나 늘어날 지는 모르겠다"며 "최근 분위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대출을 제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범 9일 만에 총량한도가 바닥나면서 여신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토스뱅크는 업계 최대 관심사다. 토뱅 측은 계층을 가리지 않는 '광범위한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한편, '정상 영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규 출시 계획 중인 여신상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뱅과 케뱅처럼 담보대출상품을 구상하고 있지만, 시장검증을 비롯해 관리문제도 산적한 만큼, 현재로선 기존 신용대출로 모든 계층의 차주들이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뱅처럼 총량한도가 늘어나지 않으면 기존 상품과 신상품 공급규모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정상 영업만을 목표로 움직이겠다는 설명이다.

토뱅 관계자는 "출범 초 전달했던 메시지가 고객을 편가르지 않고 다양하게 상품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는데, 그 취지를 올해는 충분히 선보이지 못했다"며 "지금 준비한 상품으로 다양한 고객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신용자도 대출을 차별받지 않고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당국이 설정할 총량한도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냈다. 토뱅 관계자는 "당국이 기회를 더 주는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올해 총량이 5000억원인데, (시중은행처럼) 증가율이 4%라면 올해 대비 (한도가) 200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매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로선 당국의 총량 목표치 증가율이 시중은행에 국한된 상황인 만큼, 당국 가이드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3사가 새해 여신계획에 분주한 가운데, '쿼터'처럼 작용하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새해에도 족쇄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3사는 내년도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로 카뱅 25% 케뱅 25% 토뱅 42%를 내걸었다. 

올해는 카뱅 20.8% 케뱅 21.5% 토뱅 34.9%를 목표했지만, 당국의 대출 총량규제로 9월 말 현재 카뱅 13.4% 케뱅 13.7% 토뱅(10월) 28.2% 등에 그쳐 사실상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이 당국과의 약속인 만큼, 최우선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목표치 맞추기에 집중하면서, 고신용자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영업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 위원장이) 중·저신용자 대출분을 제외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대출비중을 맞춰야 하다보니, 고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중·저신용자 대출도 같이 늘려야 한다"며 "(올해보다 대출한도가) 조금 여유롭겠지만 올해 세 은행이 목표치 달성을 못한 터라, (총량한도를 늘려줬음에도) 내년에 달성을 못하면 업계로서도 할 말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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