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김 공화당 의원 등 35명 반대 서한 백악관으로 9일 발송
지난 5월 브래드 셔먼·앤디 김 등 민주당 의원 23명은 지지
외교부 이례적 브리핑 자처 “민주주의 다양한 의견 당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정부가 4개월째 종전선언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찬반 논쟁이 미국 의회에서도 불붙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하기에도 앞서 미 의회에서 종전선언 촉구 서한이 백악관으로 발송된 일이 있었다. 그리고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최근 이번엔 반대 서한이 작성됐다. 
  
영 김 미 하원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소속 의원 35명이 지난 7일(현지시간) 종전선언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 5월 브레드 셔먼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등 23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앞으로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일도 있다.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서한에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의 신속한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서한의 요지는 주한미군 유지 여부와 북핵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종전선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원들 중에 한국계 의원들이 양쪽 진영 모두에 포진해 있어 눈길을 끈다. 종전선언 반대 서한은 한국계인 영 김 의원이 주도했으며, 미셸 박 스틸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종전선언 촉구 서한 발송에는 한국계 의원으로 민주당 소속의 앤디 김 의원과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의원이 종전선언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5월 셔먼 의원은 ‘한반도 평화 법안’도 발의했으며, 앤디 김 의원,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이에 지지 서명을 냈다. 이 법안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았다. 모두 34명의 의원들이 지지 서명을 했으며, 33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1명의 공화당 의원은 앤디 빅스 의원이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아껴왔으며, 이처럼 미 의회에서 관련 의견이 상충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미가 20여차례 종전선언 관련 회의를 이어갔지만 그 결과를 발표한 미국측 서면 자료에서 종전선언이 언급된 적이 없었다.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일대 지뢰제거 작업을 하루 앞둔 경기도 중부전선의 남과 북 초소 모습. 2018.9.30./사진=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극도로 말을 아껴오던 중 미 의회에서 반대 의견이 표출되자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예정하지도 않았던 브리핑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 국가 의회 내 특정 움직임에 대해 공식 논평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맞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입장을 재차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종전선언 반대 서한’에 담긴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과 역내 안정성에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종전선언은 정치적, 상징적 조치로서 추후 평화협정 발효 때까지 현재의 정전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주한미군과 유엔사 지위는 종전선언과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미동맹과 종전선언은 별개의 사안이며,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 양자간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으며, 유엔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존립 근거를 두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이어 미 의원들이 ‘종전선언은 북한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한 이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평화협정은 완전한 비핵화 시점에 추진할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동시에 병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이라면서 다만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미 의원들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남북은 이미 정상 차원에서 2007년 10.4선언과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했다. 또 김 총비서는 지난 9월 29일 직접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결론적으로 우리정부는 미국 의회 내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그런 만큼 이번에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만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한반도 평화 법안,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의원들 있다. 민주당에서도 완전히 일치된 의견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국가인 만큼 같은 당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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