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는 개선안으로는 장릉 역사적 가치 유지하기 어렵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김포 장릉 근처에 아파트를 건설하며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대방건설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심의를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위는 또 대방건설에 아파트 높이를 조절할 방안을 제시했다.

   
▲ 문화재청이 인천 장릉 인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3곳 단지 위치도./사진=네이버 지도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날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와 궁능문화재분과의 합동분과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에 대한 심의를 열었다. 이번 심의는 공동주택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대방건설에 한해 진행했다.

심의 결과, 문화재위원회는 혼유석(봉분앞에 놓는 장방형 돌)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삼성쉐르빌아파트)과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 받은 후 재심의하는 것으로 보류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김포 장릉 주변 역사문화환경의 보호, 세계유산으로서의 지위 유지를 고려할 때 대방건설이 제출한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아파트 입주예정자의 입장,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기 건립된 건축물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의 높이 조정 및 주변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지난 9월 대방건설을 비롯해 대광건영, 금성백조 등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김포 장릉 근처에 아파트를 건설하며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7층 높이인 20m 이상의 건물을 짓는 경우 받아야 할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혐의다. 

해당 3개 단지는 대방건설 '검단신도시 노블랜드에듀포레힐' 대광건영 '검단신도시 대광로제비앙', 금성백조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 등이다. 이들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의 규모는 △'노블랜드에듀포레힐(대방건설)' 최상 20층, 1417가구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 최상 20층, 735가구 △'예미지트리플에듀(금성백조)' 최상 25층, 1249가구다. 

조선왕릉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과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영 및 기록문화 등을 근거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았다. 공간 구성상 왕릉의 주인이 위치한 봉분에서는 넓고 높게 트인 공간을 확보해 시각적인 개방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적이며 이러한 경관적 특징은 적절하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심의대상인 공동주택 건설 구역은 김포 장릉 능침에서 바라보았을 때 직접 조망되는 지역으로 문화재 경관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17년에 허용기준이 조정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이전에 진행한 두 차례의 문화재위원회에서는 현재의 공동주택이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심의한 바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두 차례 소위원회를 구성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의 건축물을 포함, 단지별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토했다.

시뮬레이션을 검토해본 결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립돼 있는 건축물이 조망되지만 신청 대상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이 개선되고 △ 수목을 식재해 공동주택을 차폐하는 방안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았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그동안 유네스코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세계유산 보호와 문화재 보존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이번 사례에서도 문화재위원회 의결 결과를 존중하고 반영해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지위 유지와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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