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실적 바탕으로 대부분 '연임' 무게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을 맞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수의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역대급 실적 등으로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10곳 가운데 6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만료된다. CEO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이다.

우선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 대표는 라임·옵티머스 등 판매 책임 이슈가 불거진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호실적도 정 대표의 연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 1조2000억원을 넘기는 등 역대 최대치 실적을 올렸다.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박정림·김성형 KB증권 각자대표도 두 번째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선임 이후 3년째 KB증권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 관련 CEO제재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열린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를 법리 검토 이후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KB증권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6% 늘어난 5474억원을 기록한 점 등도 이들의 연임에 힘을 싣고 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4연임으로 업계 최장수 CEO로 올라설지가 관심사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12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1% 증가한 5932억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연임에 무난히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도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 오 대표의 경우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대신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39.2% 오른 5794억원을 달성했다. 대신증권 역시 라임펀드 우려가 존재하긴 하지만 오 대표는 지난해 취임 이후 라임펀드 가입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30%를 선지급 하는 등 자발적 보상안을 내놓는 등 소비자 신뢰 회복에 힘써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대신증권 대표이사들이 평균 7~8년 임기를 지냈다는 점도 그의 연임에 무게가 실어주고 있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라임 사태 여파 이후 조직 쇄신을 위해 사장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말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사모펀드 사태 관련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한 3675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거둔 점도 긍정적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경우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성과를 낸 정 대표는 올해도 3분기 기준 누적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만 봐서는 연임이 당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옵티머스 사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 사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연임에 대해선 어떠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거취 문제는 대주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국내 최고의 투자은행(IB) 전문가로 입지가 탄탄한 정 대표인 만큼 러브콜을 보내오는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올해 실적이 워낙 좋았던 만큼 파격적 쇄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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