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링허우 창업정신이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라니…
자유경제원은 17일 ‘학교에서 배우는 국가정체성의 정체’를 주제로 제17차 교육쟁점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부 교과과정에만 제한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국가 정체성의 문제를 강조하고 적확한 관심과 성의 있는 교육과정 확립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아래는 이 토론회에서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최근인 지난 3월 12일 저녁 KBS에서 방영한 '명견만리' 제 1회에 출연했다. '명견만리'는 명강사의 프리젠테이션 쇼 형식을 빌려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전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김난도 교수는 중국의 '주링허우 세대'의 창업 열기에 대해 강연했고, 시청률도 비교적 높게 출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링허우는 중국의 90년대 생을 말하며 중국의 미래를 담당하는 세대들의 성격 문화 등을 통칭하는 것이다.

한 시간여 동안 방영된 김교수의 렉처멘터리쇼에서는 중국의 창업열기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대목이 몇 번 나왔다. 그는 "주링허우의 창업 정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청중단은 김교수에게 질문했다. 한국이 꿈이라는 자질을 가졌지만 과연 꿈만 갖고 있을 뿐 자본이 없는 청년들에게 어떤 지원 정책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창업이든 사회적 성공이든 그것은 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문화, 생태계가 동반돼야 한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 KBS1 교양프로그램 ‘명견만리’에 출연한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 /사진='명견만리' 방송화면 캡처

이를 듣는 순간 강연도 쇼도 아닌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장난도 이런 말장난이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과연 이런 유토피아가 있기나 한 것일까? 그럼 도대체 성공은 무엇이고 실패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솟구쳐 나왔다. 보통은 처절한 실패가 있기 때문에 성공에 찬사를 보낸다. 또한 처절한 실패가 교훈이 되고 경험이 되어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누구든 성공하려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야 하며 거기에서 ‘오뚜기’ 혹은 ‘칠전팔기’와 같은 말들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사회안전망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은 창업의 도전정신 혹은 주링허우의 창업열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명견만리'에서는 또 중국의 기업가들이 주링허우 세대의 창업을 돕는 소위 ‘기업가 정신’을 소개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의 경영자들은 윈윈 마인드를 가졌다며 칭찬하기 바빴다.

샤오미의 CEO 레이쥔은 연 150억 원을 청년 창업을 위해 후원한다고 칭찬하고 있으며 이렇게 든든한 후원자들을 등에 업고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들이다. 그러고보니 김난도 교수는 KBS 제작진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아마도 김교수는 주링허우를 말하며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을 갖고 도전하라고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에 의해 계획된 청중의 질문에 뜻하지 않은 답변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인 내용은 국가탓이 되어버렸다. 즉 우리나라 청년들이 주링허우에 비해 창업열기와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국가 탓, 성공한 기업가들이 청년들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는 우리나라 기업가 탓으로 변색해 버렸다. 자신의 탓이 아닌 남의 탓인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뭘 해도 실패한 이유는 국가가 잘 못했다는 식이다.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이런 것이다. 기업이 성장·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 즉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하여 부를 창출하고 창출된 부의 일부를 조세로 징수하여 다시 이를 더 튼튼한 경제발전 토대를 만들고 복지정책을 통해 뒤쳐진 사람들 보살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조세부담률 20% 안팎에서 그보다 훨씬 높은 OECD 국가들의 복지정책을 흉내 내고 있다. 그러려니 뒤로 빚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겉으로는 선진국의 흉내는 다 내고 있다.

   
▲ 자유경제원은 3월17일 오전 제17차 교육쟁점연속토론회 <학교에서 배우는 '국가정체성'의 정체>를 개최했다.

연간 18조원이 가난한 국민 혹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주택정책에 쓰여지고 있으며 연간 15조원이 노동정책 예산으로 안정된 고용을 위해 투자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창업지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정부의 각 부처마다 창업을 위한 정책이 있고, 지자체는 물론 지방대학까지 창업지원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쏟고 있다.

따라서 창업을 하려고 맘만 먹으면 주링허우는 우리나라 청년들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사회적 안전망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청년들의 창업이 주링허우에 비해 뒤처지는가. 두말할 필요 없이 창업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와서 식당에서 일하거나 3D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코리안드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중국의 기업가가 청년창업을 위해 후원하는 연간 150억원의 돈은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하다.

필자는 중국의 성공한 사업가 알리바바의 마윈을 깎아 내릴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그의 사업을 보고 다시 한 번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대(?)의 B2B 업체인 알리바바는 지금 금융업에 뛰어 들었다.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지난 2014년 9월 29일 알리바바의 금융부문 계열사인 ‘저장 앤트(개미) 스몰 앤드 마이크로 금융 서비시스 그룹’에 저장왕상(浙江網商)은행 설립을 인가했다.


그런가하면 알리바바는 온라인 농지 구매와 농산물 계약재배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우리말로 하면 밭떼기이다. 만약 삼성이나 현대그룹이 밭떼기를 한다면 어떤 여론이 일까 생각해 보자.

삼성이나 LG가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아직도 꿈도 못 꾼다. 전 세계를 돌며 돈을 벌어 한국에 막대한 세금을 내는 삼성은 나쁜 기업이고 삼성을 위협하는 중국의 샤오미는 좋은 기업이라는 논리는 도대체 누가 왜 만들었는가?

국가정체성 교육에 대한 토론문에서 알리바바와 중국의 주링허우를 예로 들고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틀렸고 중국이 옳다는 주장, 물론 창업열기와 도전정신에 관한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도처에 깔려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전 세계인이 부러워한다. 오바마는 우리나라의 교육 열기를 부러워한다. 동남아는 물론 세계 많은 나라의 청년들이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싶어 한다.

한류스타는 세계적 스타이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세계 각국의 노병들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발전한 한국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한국을 가보고 싶어 한다.

그들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켰다. 다만 우리 청소년들은 아직도 한국전쟁 하면 '웰컴투 동막골'을 떠올리며 착한 인민군을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나라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교육, 이런 교육이 반복되면 우리는 꿈을 잃고 우리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 채 주링허우에 기가 죽어 저 3류 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지체할 수 없는 다급한 일,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르게 교육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