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노동정당 선명성 강조 vs 안철수, 과학기술 분야 집중
대선 출마 당시 5%대 지지율이 3%대로...두 후보 모두 하락세
캐스팅보트 역할 하겠다던 제3지대 주자들, 입지 점점 좁아져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거대 양당 중심의 대선 구도를 청산하겠다며 정책 공조를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이날 회동 후 특별히 눈에 띌 만한 협력 없이 각자의 행보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 두 후보 모두 대선 출마 당시만해도 5%대를 넘나드는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차기 대선 캐스팅 보트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지지율이 3%대에 머물면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 제3지대 후보들 간의 세력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8%, 정의당 심상정 후보 2.6%, 새로운물결(가칭) 김동연 후보 1.2% 순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성인 남녀 3043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심 후보는 3.3%지지를 안 후보 3.2%의 지지율을 기록해 모두 3%대에 머물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P) 

   
▲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11월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을 물은 결과, 심 후보는 4.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4%,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1.1%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달 전까지만해도 심상성-안철수 두 후보는 4~5%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여전히 여야의 경계대상이였다. 그러나거대 양당 후보들간의 치열한 대선 경쟁으로 제3지대 주자들이 관심밖으로 밀려나면서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후보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다양한 노동공약들을 내놓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과학기술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중도층 표심 잡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특별한 전략이 있냐는 질문에 "지난 대선을 살펴보면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낮게 나왔다. 1%대를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심 후보가 꾸준히 노동정당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최종 투표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이 보여주기 위주의 공약들만 남발하면서 제대로된 노동공약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에 반해 심 후보는 노동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살피면서 꼭 필요한 정책들만 콕콕 집어서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안 후보와의 회동 다음날인 지난 7일 국회에서 '심상찮은 6411' 출정식을 열고 "오늘 드디어 노동의 희망과 시민의 꿈을 모으기 위해 '심상찮은 버스'가 전국 시민들 속으로 달려간다"며 노동정당으로서의 선명성 부각에 나섰다. 

6411번 버스는 고 노회찬 전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 버스 첫차 승객인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호명하면서 유명해졌다. 새벽 4시, 서울 구로구를 출발해 강남구로 향하는 하는 해당 버스는 강남 빌딩으로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후 6411버스는 약자를 위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당의 상징이 됐다. 

심 후보는 이날 ‘심상찮은 버스 6411’의 첫 행선지로 충남 태안을 찾아, 고 김용균 3주기 태안화력발전소 현장 추모제에 참석하고 현장 시설을 점검했다. 김 씨는 20대 비정규직 노동자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김 씨 사망 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의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날 추모연설에서 "저와 정의당은 모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안’을 통해 우리 시대의 김용균 들을 제대로 지키겠다고, 오늘 김미숙 어머님 앞에서 다짐하고 또 다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그는 자신의 노동 대표 공약인 '신노동법'과 주4일제, 장애인 노동권 보장 등 근로자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조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노동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강점인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된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심 후보와 회동 다음날인 7일, 대한민국의 성장 비전이자 국가전략목표는 과학기술 중심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탄소중립 시대의 국가 에너지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우수한 역량과 과학기술 DNA를 가진 민족이다. 낡은 정치와 리더십만 바꾼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은 낡은 좌우 진영싸움을 끝내고, 과학과 실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심상정-안철수 두 후보가 거대 양당 후보 중심의 치열한 대선판에서 각자의 강점을 부각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 면에서도 여야 대선후보에게 영향을 미칠만큼의 파급력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 상황이다. 

또, 두 후보가 함께 정책 연대 등 세력 확장에 나서기 보다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어 제3지대 세력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