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대학 교육보다 중요…안정적 재정기반 확보 시급
   
▲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1899년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몬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현대인의 질병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엄마를 빼앗긴 아들이 성인이 되어 아버지에게 복수한다는 끔찍한 현대인의 잠재된 폭력성은 분명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서양인들만이 가진 비정한 자녀교육의 비극으로 받아들여져왔습니다. 그러나 영화 <공공의 적>에서 처음 존속살인이 소재화된 이후 얼마 안되 이젠 심심찮은 실화가 되어버렸고 학교폭력에 이어 급기야는 어린이집폭력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오이디프스컴플렉스는 이제 서양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1885년 최초의 근대식 학교 배재학당이 이땅에 문을 열고 1894년 갑오개혁과 과거제 혁파가 있었으나 근대 일제식민치하에서 왜곡된 채로 신음을 하다가 우리의 근대교육은 1948년에 이르러서야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겨우 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갑오개혁이후 60년의 진통을 겪었지만 건국 이후 다시 60년의 교육사는 세계사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적 성공스토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2015년 5월 세계인들은 대한민국 송도에 모두 모여 대한민국 교육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로부터 세계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 교육의 어떤 모습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것인가?

   
▲ 이만우 의원실, 한국재정학회 공동 주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아교육의 보장성 확립을 위한 국가교육재정의 효율적 집행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사회자를 맡은 김원식 한국재정학회장 및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이 두 가지 생각이 교육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만우 국회의원실과 한국재정학회가 <유아교육의 보장성 확립을 위한 국가교육재정의 효율적 집행방안>에 대한 귀한 세미나를 열고 저에게까지 귀한 시간을 허락해 준 데 대해 참으로 감격스럽고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이만우 의원님은 교육상임위가 아닌 재정위 소속이시며 재정학회 또한 교육재정학회가 아닌 일반재정학회이기에 그렇습니다. 교육학자로서 교육재정경제학회장까지 한 사람으로서 우선 감사를 드리며, 동시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최소한 오늘의 주제는 일견 교육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송헌재.전병목 교수와 김우철 교수의 주제발표는 어디 한 곳 빈 곳이 없이 꽉 채워져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99% 동감하고 1%만큼만 억지로 빈곳을 찾아서 저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저의 1%는 오늘 흘려들으셔도 되지만 두 분 교수님의 99% 이야기는 꼭 실천됨으로써 한국 유아교육이 오늘에 이르러 드디어 제자리를 잡고 이를 계기로 120년 한국근대교육사가 완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9일 전국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예산부족으로 보육비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무상보육의 폐해다. /사진=유치원알리미 사이트 캡처 

1%의 제안을 하는 저의 이야기는 처음에 밝힌 두 가지를 묶어 내는 일입니다. 즉 유아교육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투자적 관점에서도 그렇고 복지적 관점에서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왜 제일 늦게 시작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 무지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신께서 이미 공기와 물과 흙처럼, 경제학적 용어를 빌리면 자유재로서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창조의 질서에 감사하지도 않고 아예 모른 채로 아이들이 저절로 크는 것으로 잘못 알아왔던 것입니다.

엄마의 사랑과 온 가족의 지원과 온 마을의 관심으로 자라온 우리 기성세대들은 오늘날 우리의 어린 손녀 손자들이 얼마나 악전고투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여기 모이신 유치원 설립자님, 원장님, 선생님들이 매일 매일 부닥치는 슬픔을 모릅니다. 곧 우리도 서양인들이 겪어 온 오이디푸스컴플렉스적 현대인들의 고독과 폭력을 겪게 될 것입니다. 사실은 이미 겪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교육학적 상상력에 따르면 1살 아이는 1개를 가르쳐주면 100개 배우고 10살 아이는 10개를 배우지만 저 같은 60어른은 100개를 배워야 겨우 1개를 기억할 뿐입니다. 왜 어린아이를 잘 가르쳐야 하는지는 자명한 원리입니다.

   
▲ 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사이트. /사진=사이트 화면 캡처 

이제 발제자 두 분의 글에 조금 첨언하고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1. 송헌재.전병목 교수님의 발표에 대해

공사립 유치원 교육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매우 중요한데, 현재 공사립간 1인당 교육비 격차 100:92.7은 심층적 분석과 검토가 필요해보입니다. 특히 방과후 특별활동비를 포함하여 실질적 교육비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방과후교육비도 사실상 유아교육 수요인데다 대부분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도시 대규모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인해 학부모 부담액이 가장 낮다는 사실도 의미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유치원 교육재정에 대한 상세한 분석에 대해 배운 바가 큰 데, 혹시 가능하다면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와의 비교, 지역별 비교, 규모별, 소득계층별 부담 비교와 같은 보다 다각적인 분석이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2. 김우철 교수님의 발표에 대해

공교육과 사교육,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주십시오. 국민들은 그것들을 구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제도적 정책적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가에 대한 실체적 진실입니다.

유치원의 양적 측면에서는, 지역별 공사립 학생분담율 비교로 다시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대도시의 경우 공:사립 대 분담비율은 12.5 % 대 87.5%, 중소도시 19.5% 대 80.5%, 농어촌 45.2% 대 54.8% 이며, 전체적으로는 20.7% 대 79.3%입니다. 가장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한편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에 좀더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누가 이 돈을 내야 할까요

   
▲ 이만우 의원실, 한국재정학회 공동 주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아교육의 보장성 확립을 위한 국가교육재정의 효율적 집행방안> 정책토론회의 전경. 유아교육 유치원교육에 관심 있는 청중 수백 명이 모여 한국재정학회의 정책토론회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미디어펜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이 '원칙적으로 맞다'는 말이 참 어려운 말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이라는 용어가 꼭 필요할까요? '어떤 점에서는 맞고 어떤 점에서는 틀리다'가 아닐까요.

그리고 공사립 유치원간 1인당 교육비 통계가 어딘지 좀 이상합니다. 정말 100:92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일까요? 기본교육프로그램 외에 방과후등 특별프로그램 등을 모두 합하여 실제 비용 비교를 해보면 혹시 어떻게 될까요? 사실 제대로 된 재정통계도 쉽지 않았던 것이 그동안 유아교육재정 연구를 해보면서 느꼈던 경험입니다.

맺으며

결론삼아 두 가지만 첨언합니다.

첫째, 유치원과 상급 초중고등학교와의 공공재정투자 수준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유치원 교육비가 더 비싸야 한다는 점을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유치원 재정의 핵심은 안정적이고 충분한 지속가능한 재정기반의 확보입니다. 사립유치원 재정의 핵심 과제는 설립자가 국가인 공립유치원과는 달리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시설보수 등에 필요한 재투자비용의 확보 과제일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감가상각비와 투자적립금이 보장되어야할 것입니다.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이 글은 이만우 의원실, 한국재정학회 공동 주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유아교육의 보장성 확립을 위한 국가교육재정의 효율적 집행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