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4조원 클럽' 입성 목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도 금융권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된 한 해였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빚이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18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초유의 대출중단'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20개월 만에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과 함께 영끌·빚투족의 이자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금리상승에 따른 은행의 순이자마진(MIN)이 개선된 데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도 이미 대출 평잔이 크게 증가하면서 관련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사진=각사 제공.


◇5대 금융그룹 실적 날았다…KB‧신한 '4조원 클럽' 입성 목전=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4조663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3조6722억원이다.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은행의 MIN이 상승한 데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불안 심리가 고조되면서 돈을 미리 앞당겨 빌리려는 가수요 효과가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최초 당기순이익 '4조원 클럽'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5대 금융그룹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KB금융이 3분기에도 '리딩금융'의 타이틀을 수성했다. KG금융은 3분기에만 1조297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과 비교해 11.3% 성장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조7722억원으로 집계됐다.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KB금융과 경쟁하는 신한금융은 3분기 1조115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3분기 누적순이익은 3조5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전년(2조9502억원) 동기보다 20.7% 증가했다.

하나‧우리‧농협금융 모두 세 분기 만에 지난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었다. 올해 3분기 92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하나금융은 '3조원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 6815억원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2조1983억원, 1조8247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금융 23년만에 완전 민영화 성공=우리금융이 공적자금 투입 23년 만에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 의결을 거쳐 유진PE(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 4%가 낙찰돼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받았고, KTB 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 등 5개사가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총 매각물량은 9.3%이며, 모든 낙찰자들의 입찰가격은 1만3000원을 초과했다. 이는 공자위가 지난 9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을 공고할 당시에 예정했던 최대매각물량 10%에 근접한 물량을 당시 주가 1만800원 대비 높은 수준이다.

공자위는 이번 매각과 관련해 "공적자금 약 8977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잔여지분(5.8%)을 1만193원 이상으로만 매각하면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4월 세워진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사를 묶어 우리금융지주를 세웠다.

설립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을 100% 소유했다. 정부는 이후 꾸준한 지분 매각을 통해 11조 1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고, 잔여지분은 15.13%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예보의 보유지분은 5.8%로 낮아졌다.

정부 입김에서 벗어난 우리금융은 향후 확대된 자율경영권을 바탕으로 '종합금융그룹' 재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보험사와 증권사 부재가 사업 포트폴리오상 약점으로 꼽혀왔던 만큼, 이들 계열사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강조해왔다. 손 회장은 지난 10월 5일 주재한 '자회사 경쟁력 강화회의'에서도 "지주 출범 후 지난 3년 가까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룹체제가 확고히 안착됐다"며 "그룹 4년 차인 내년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존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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