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중심 '코스피 밴드 하향' 이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연말연시 주가지수가 상승하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가운데 국내 증시에 대한 내년 전망 역시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내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내년의 경우 올해 같은 고공행진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적 예측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통상 연말을 기점으로 내년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올해의 경우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일단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실종된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연말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들은 통상 산타랠리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의 경우 연말에도 각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작년 12월 개인투자자의 왕성한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무려 11% 올랐다는 점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산타랠리 현상의 ‘원리’로 작동하는 연말 소비가 주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감염력이 뛰어난 오미크론 변이마저 가세하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당국은 지난 18일부터 전국에서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최대 4인으로 제한하는 거리두기 강화 정책을 실시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맞이하는 새해가 ‘정책 예측가능성’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 판도가 정책 경쟁보다는 상호간의 네거티브 전쟁 양상으로 흐르는 상황 속에서 어느 후보로 국가의 비전에 대한 납득 가능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부정적 전망을 ‘숫자’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은 외국계 증권사들이다. 이들은 잇따라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치를 낮추며 비관적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코스피 3700’을 예측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놓은 '2022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 상단을 3350으로 낮춰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 측은 “올해 코스피는 상반기까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높은 기업실적에 힘입어 코스피도 고공행진을 했지만 내년에는 이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모간스탠리도 내년 상반기 코스피 밴드를 2750~3150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내년 코스피 상단을 3300으로 제시하면서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이 12월 들어 증시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면서 “작년과 올해 같은 증시 열풍이 다시 재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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