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손에 국가정체성 달렸다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17일 ‘학교에서 배우는 국가정체성의 정체’를 주제로 제17차 교육쟁점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 측은 “‘국가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기고, 국가정체성을 가르치는 교과서 단원을 다각도로 살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근미 작가는 “정체성이 흔들리면 삶이 흔들린다. 국가에 대한 왜곡된 정체성은 개인의 사고를 뒤흔들고, 잘못된 판단은 개인의 삶을 망친다”며 “개인의 행복을 보듬기 위해 국가라는 테두리가 존재하는데, 잘못된 국가정체성에 사로잡히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국가정체성에 관한 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근미 작가의 토론문 전문이다.

 

   
▲ 이근미 소설가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 국가정체성은 큰 구성요소를 차지한다.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깨닫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4세까지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제대로 된 훈육을 받고 자라야 안정된 자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후 여러 교육기관을 거치면서 국가와 사회를 배우면서 한 인간의 정체성이 완성된다. 특히 청소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로 대단히 중요한 때이다.

여러 학자가 인간의 발달단계를 구분했는데, 사회문화적 요소를 강조하고 청소년기 이후의 발달을 제안한 심리학자 에릭슨의 ‘8단계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이 호소력이 있다.

에릭슨은 개인의 능력과 사회 문화권의 요구간의 접점이 8단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진단했다.

1단계(영아기)는 ‘신뢰’ 대 ‘불신’ 단계로 유아가 세상에 대한 신뢰 관계를 수립하는 시기이다. 2단계(유아기)는 ‘자율성’ 대 ‘수치’ 단계로 자신의 의지와 통제력을 발달시킨다. 3단계(초기 아동기)는 ‘주도성’ 대 ‘죄의식’ 단계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에 관여함으로써 목표감과 가치를 추구한다.

4단계(후기 아동기)는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연마하여 역량감을 키우는 ‘근면성’ 대 ‘열등감’ 단계이다. 5단계(청소년기)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자아 정체감’ 대 ‘역할 혼미’의 단계이다. 6단계는 성인 초기로 친밀한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친밀감’ 대 ‘고립감’ 단계이다.

7단계는 중년기로 다음 세대를 위해 생산을 하고 희생을 하는 ‘생산성’ 대 ‘자기 침체’의 단계이다. 8단계는 노년기로 자신의 인생을 평가하고 삶이 의미 있었음을 인식하는 ‘자아 통합’ 대 ‘절망’의 단계라고 보았다.

에릭슨의 8단계 가운데 국가정체성을 교육받는 기간은 초기 아동기, 후기 아동기, 청소년기라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이 규정한 청소년기가 12세-18세인만큼 더 확장한다면 대학생이 속한 성인 초기까지 국가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부모를 만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유전적인 요소, 성격, 신앙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대한민국은 교육기관에서 어떤 교사를 만나는가에 따라 삶이 요동치기도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교 때 국가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삶의 좌표가 바뀌는 예가 많았으나, 지금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때 국가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예가 많다. 1980년대 국가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이들이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이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유경제원은 3월17일 오전 제17차 교육쟁점연속토론회 <학교에서 배우는 '국가정체성'의 정체>를 개최했다.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국가정체성이 달라지는 매우 위험한 나라가 다름아닌 대한민국이다.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대한민국 건국일을 각각 다르게 규정하는 기성세대로 인해 자라나는 세대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깊어지는 ‘남남갈등’으로 국가 발전이 저해되고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불행이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에서 바로 일제강점기로 넘어온, 불행한 역사를 안고 있다. 제대로 된 국가정체성을 세우기 이전인 식민 치하 때부터 사상이 나뉘었고, 1945년 북한에 공산주의가 이식되면서 해방공간에서의 좌우대립이 극에 달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때 이미 남한은 사상적으로 둘로 나뉜 국가였다.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몸은 자유 대한민국에 살면서 머리는 북한 3대 세습을 향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혼란을 획책하고 있다. 1980년대 주체사상에 삶을 저당잡혀 수령론을 신봉하던 이들이 종북과 친북의 끈을 부여잡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향유하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끊임없이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불평을 쏟아내는 그들로 인해 청소년들의 국가정체성이 침해받고 있다.

북한을 추종하는 교사나 교수들이 버젓이 잘못된 국가관을 학생들에게 심어주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정체성이 흔들리다보니 제어가 불가능한 것이다. 두 개의 국가정체성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학생들이 잘못된 사상을 주입받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올바른 국가정체성을 가진 부모들이 자녀를 제대로 교육해도 학교에서 교사들에 의해 자녀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사태를 어쩔 것인가. 국가정체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평범한 부모들이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잘못된 국가정체성을 주입받는 학생도 늘고 있다.

잘못된 국가정체성을 가진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일그러진 정체성을 물려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 양산되는 일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군사독재와 민주화투쟁을 겪으면서 잘못된 국가정체성을 갖게 된 이들이 스스로를 ‘우월한 인종’으로 착각하는 예가 많았다. 그들이 이 사회에서 띠를 형성하여 흘러가는 가운데 가치관 충돌로 인해 개인의 삶이 무너지는 예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국가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만다. 국가에 대한 왜곡된 정체성은 개인의 사고를 뒤흔들고, 잘못된 판단은 개인의 삶을 망치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을 보듬기 위해 국가라는 테두리가 존재하는데, 잘못된 가치관에 사로잡히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정체성에 관한 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여러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성정체성이 잘못되면 어떤 삶을 사는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불행한 성장과정으로 인한 해리성 장애가 다중인격으로 나타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예도 있다.

문제는 제아무리 어릴 때 올바른 정체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라면서 잘못 학습되면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성정체성의 경우, 바른 가치관 속에서 성장했더라도 물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접근하여 잘못된 길로 인도하면 후천적으로 성정체성이 바뀌게 된다.

몸이 익숙해지면 발을 빼기가 쉽지 않은 것이 성정체성의 세계이다. 국가정체성은 정신체계를 바꾸어놓는 일이다. 자칫 신앙화 되면 삶 자체를 뒤흔들리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에 형성된 사고체계는 일생을 좌우한다. 청소년기에 국가정체성을 잘못 주입받으면 일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정체성 문제는 학부모들과 연계하여 풀어야 한다. 우선 학부모들에게 국가정체성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야 한다. 속히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국가관을 주입시키는 교사를 교단에서 퇴출하는 장치를 마련하여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건국 70주년이 가까워오는 마당에 ‘분단된 국가’라는 태생적 한계 앞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국가정체성. 내가 누구인지, 확실히 아는 것에서 삶은 뿌리내리고 풍요롭게 뻗어간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했고, 우리의 주적이 누구이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 근원적인 것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