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서 교통조사팀·교통범죄수사팀, 수십가지 업무 담당
"충원도 안 해주면서 이것 저것 다 시킨다" 불만 토로
   
▲ 경찰관과 순찰차./사진=서울경찰청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최근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교통조사 분야가 '기피 근무처'가 되고 있다. 단순 교통사고를 처리하던 교통조사관 업무는 1990년대 말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처리, 2012년 보험 사기와 난폭·보복 운전 관련 일까지 더해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음에도 인력 충원은 없었다. 전국 경찰공무원 중 교통조사관은 현재 3700여명이다.

최근에는 자동차관리법과 도로법 위반 등도 교통조사팀에서 처리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에 따라 온라인 경찰 커뮤니티 등에는 전보를 희망하는 교통조사 분야 담당관들의 하소연이 한가득이다.

20년간 교통조사팀에 몸담았다는 경찰관 A씨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인원을 보강해주지 않은 탓에 현재 교통조사팀은 기피 부서가 됐고, 잦은 인사 발령으로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글을 최근 경찰 내부망에 게시했다.

경찰청 내에선 내년 상반기 인사 발령 때 교통조사 분야 경찰관 중 30% 정도가 다른 업무를 맡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한 일선 경찰서의 교통조사팀과 교통범죄수사팀 사무분장을 보면 교통조사팀 24명, 교통범죄수사팀 2명이 편제돼 있다. 이들은 △단순 교통사고 △뺑소니 △음주 △무면허 △자동차 전용도로 위반 △각종 교통 관련 고소·고발 사건 △보험 사기 △보복·난폭운전 △대포차·렌터카 불법 행위 △불법 운전 교습 △차량 불법 개조 △번호판 범죄 등 수십 가지에 이르는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윤창호법·민식이법·해인이법·하준이법 등의 배경이 된 교통사고들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서해대교 30중 추돌사고 등 대형 교통사고 등 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사고 처리도 이들이 담당한다.

교통사고와 음주단속 건수가 줄고 차량용 블랙박스와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사고기록장치 등이 많이 보급돼 증거 수집이 쉬워지지 않았냐는 평가도 제기된다. 하지만 형사 처벌에 앞서 시시비비와 억울함을 먼저 가려달라는 목소리가 큰 탓에 업무 강도와 이에 따른 피로도도 높다는 게 현장 교통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한 일선 경찰서의 교통조사관은 "주차된 차량에 접촉 사고를 내고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간 경우도 있다"며 "가해 차량을 잡아달라며 1주일 분량의 CCTV를 봐달라는 요구도 하루에 여러 건씩 들어온다"고 호소했다.

   
▲ 경찰청기./사진=연합뉴스

조직·인사상 문제점도 지적된다.

올해 1월 경찰청에 국가수사본부가 신설되고, 7월부터는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됐다. 이에 교통조사관 신분은 자치경찰(경찰청 교통국)이나 업무상 국가수사본부 형사국·강력수사과·교통수사계의 지휘를 받는다.

이런 연유로 교통조사관들에게 신분 또는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연말 기능별 특진에서 교통조사관은 전무하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 교통국 내 교통조사과 신설·교통조사관 인력 확충 등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교통조사관들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교통범죄수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