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신태용 매직'이 인도네시아를 스즈키컵 결승에 올려놓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25일 밤(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20' 준결승 2차전에서 연장 혈투 꿑에 4-2로 이겼다. 싱가포르가 총 3명이나 퇴장 당해 인도네시아의 유리한 상황이 이어졌으나 승리는 어렵게 얻어냈다.

지난 22일 준결승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인도네시아는 합계 스코어 5-3으로 싱가포르를 제압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이후 5년 만에 결승에 올라 사상 첫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한다. 인도네시아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5차례 했고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결승 상대는 26일 밤 열리는 베트남-태국의 준결승 2차전을 통해 확정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준결승 1차전에서 0-2로 패해 불리한 상황이다. 베트남이 대역전해 결승에 오른다면 한국인 감독간 우승 다툼이 벌어진다. 결승전은 오는 29일 열린다.

   
▲ 사진=스즈키컵 홈페이지


인도네시아가 편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 흐름으로 보였다.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기회를 노리던 인도네시아는 전반 11분 위탄 술레이만의 돌파에 이은 패스를 에즈라 왈리안이 선제골로 연결해 다소 일찍 리드를 잡았다. 

한 골 차 리드를 이어가던 인도네시아에 호재가 생겼다. 전반 막판 심판 판정에 강력 항의하던 싱가포르의 사프완 바흐르딘이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인도네시아가 수적 우위를 활용도 해보기 전에 싱가포르에게 동점 추격을 당했다.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 혼전이 벌어졌고, 한국 출신 싱가포르 귀화선수 송의영이 슈팅해 1-1 동점을 만드는 골을 뽑아냈다.

후반 들어 싱가포르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몰아붙였다. 후반 14분 코너킥에서는 리키 리호의 슛이 골대를 때리는 아쉬움이 있었다.

후반 21분 싱가포르에서 또 한 명의 퇴장이 나왔다. 수비수 이르판 판디가 인도네시아 이르판 자야를 막으려다 뒤에서 고의적인 파울을 범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11대9로 싸우는 상황이 됐지만 경기 양상은 묘하게 흘렀다. 싱가로프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인도네시아가 밀렸다. 오히려 두 명 적은 싱가포르가 역전골까지 넣었다. 후반 29분 프리킥 찬스에서 샤딘 술레이만이 예리한 킥으로 인도네시아 골문을 뚫었다.

만회가 필요해진 인도네시아는 총공세에 나섰다. 여러번 기회를 놓쳤으나 후반 42분 프라타마 아르한이 동점골을 터뜨려 2-2로 일단 균형을 되찾았다.

경기 막판 인도네시아에 가슴 철렁한 장면이 나왔다. 동점골을 넣었던 아르한이 후반 44분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싱가포르가 수적 열세를 딛고 결승골을 뽑아낼 절호의 찬스였다. 그런데 키커로 나선 파리스 람리의 슛을 나데오 아르가위나타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안도의 한숨, 싱가포르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결국 두 팀은 전후반 90분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을 벌여야 했다. 9명이 뛰느라 체력이 떨어진 싱가포르는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연장 전반 1분 만에 자책골로 인도네시아에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에기 마울라나의 슈팅을 골키퍼가 막았지만, 문전에 있던 샤왈 아누아르가 걷어낸다는 공이 자기편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싱가포르는 더 이상 추격할 힘이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주도권을 쥐고 몰아붙이다 연장 전반이 끝날 무렵 에기 마울라나가 추가골을 넣으며 4-2로 점수 차를 벌렸다.

연장 후반 18분에는 싱가포르의 골키퍼 하산 수니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그라운드에 싱가포르 선수는 8명밖에 남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연장 혈전을 그대로 두 골 차 승리로 마무리지으며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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