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후 박스권 장세…지정학적 위험까지 부각
상고하저(上高下低). 올 한 해 국내 증시를 요약하는 단어다. 연초 코스피는 3000선을 넘기며 낙관적 전망을 확산시켰지만 이내 박스권에 갇히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도 증권사들은 작년과 올해 압도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한편 작년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은 개인 투자자들은 신규상장(IPO) 시장에 대해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면서 상장지수펀드(ETF)‧해외주식 등 다양한 투자방식으로 시야를 넓히는 한 해를 보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다사다난했던 2021년 금융투자업계를 되돌아보고, 2022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초 1월 6일 코스피는 장중 3000선을 넘기며 희망적인 분위기로 시작했다. 결국 다음 날인 1월 7일에는 지수가 3031.68까지 오르며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3000선을 넘겼다.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결국 지난 6월에는 3300선까지 넘겼고, 7월 6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3305.21까지 상승했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코스피는 이후 기나긴 침체의 터널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1월 30일 지수는 연중 최저점인 2839.01까지 떨어지며 작년 연말 수준으로 회귀했다. 연말인 현재 그나마 3000선 안팎 수준으로 지수가 반등하긴 했지만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한 채 고점을 바라보고만 있는 모습이다. 

눈에 띄는 것은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움직임이다. 작년 한 해 증시 열풍의 주인공이었던 개미들은 올해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순매수 흐름을 지속하며 상승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미들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순매수한 규모는 코스피에서 74조637억원, 코스닥에서 12조6615억원에 달한다.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달부터다. 개미들은 코스피에서 1조7927억원, 코스닥에서 6040억원 등 총 2조396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증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 이탈은 더욱 가속화돼 현시점 개인들은 증시에서 6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대금도 크게 감소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18거래일 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9조894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5월(9조9570억원) 이후 최저치이며, 증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올해 1월 26조4778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급감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내년 전망치도 밝지 않다. 국내 5개 증권사들이 내놓은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보면 이들은 하단으로 2800선을, 상단으로 3400∼3600선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은 일제히 2800∼3400선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그나마 KB증권이 내년 코스피의 상단을 3600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전망한 밴드 상하단이 올해 최저점과 최고점에 걸쳐 있는 모습은 내년 증시가 올해 수준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함축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계 증권사들까지도 최근엔 국내 증시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경우 최근 발간한 내년 한국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 상장사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10% 수준으로 올해 92%보다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면서 “내년 말까지 코스피 전망치 상단은 3350으로 제시한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내년 증시 변수의 요인은 여전히 코로나19가 중심에 위치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험 등이 추가되는 양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있다”면서 “지정학적인 위험과 에너지 가격 불안 우려는 위험자산 가격에는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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