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사 통해 “평화의 바람 아직 불고 있을 때 배 출범시켜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미가 시작했던 역사의 대장정을 ‘노딜’이라는 미완으로 남겨둘 수 없다며 북한을 향해 조속한 남북미 간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 역사의 대장정을 노딜이라는 미완의 기록으로만 남겨두느냐, 아니면 다시 한번 동력을 살려 협상의 성과로 나아가느냐는 우리 겨레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하노이를 넘어 평화의 역사를 계속 써나가야 한다”면서 “아직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은 안타까운 결과였지만 그러나 회담의 역사에서 노딜이 반드시 실패의 마침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1986년 냉전 시기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쵸프 대통령 간 전략무기 군축 논의가 노딜로 끝났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외교적 대실패라는 비판도 쏟아졌지만 양국은 여기서 서로의 입장과 협상의 걸림돌을 확실히 인지했고, 이를 통해 재차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듬해 워싱턴에서 ‘중거리핵무기 폐시협정’ 이른바 INF에 함께 서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경기 김포 한강하구 중립지역에서 열린 ‘2021 평화의 물길열기 염하수로 항행’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13./사진=사진공동취재단

또한 이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적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지난 역사 속에서도 남, 북, 미를 포함한 평화의 플레이어들이 종전선언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에 대해 공감하고 일정한 시간 안에서 같은 방향으로 해결 의지와 노력을 모은 시점은 그리 자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현재의 안정적인 정세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화와 관여의 틀은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남북미가 이룬 성과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평화를 다시 결단하고 적시에 대화로 나서지 않는다면 평화를 유지하는 동력은 약화되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평화와 안정조차 지키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처럼 남북미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다시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고조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남북이 협력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복과 발전도 함께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장관은 “수학에서는 시작과 끝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짧은 길이라고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최적의 바람이 불어와 돛을 밀어서 인도해주는 그 항로가 가장 짧은 지름길’이라고 독일 철학자 니체가 말했다”면서 “한반도 또한 가장 완벽한 바람은 아니더라도 아직 평화의 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을 때 더 큰 평화를 향해 배를 출범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장관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27~31일 5일간에 걸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비록 대남·대외 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가적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향후 여건 조성 시에는 평화와 협력의 여지를 여전히 남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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