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거의 마무리됐다. 총 15명의 FA 중 14명이 계약을 마쳐 원 소속팀에 잔류하거나 새 팀으로 이적했고, 롯데 내야수 정훈만 해를 넘기며 미계약자로 남았다.

지금까지 총 계약 규모 971억원의 사상 최고 '쩐의 전쟁'이 펼쳐진 FA 시장이다. FA 계약만 놓고 본 각 팀의 전력 보강 또는 약화로 인한 2022시즌 예상 판도는 어떨까.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는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유지했다. 여기에 큰 전력 누수 없이 필요한 자원을 수혈한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들 4팀을 'FA 4강'이라 부를 만하다.

   
▲ kt와 FA 계약한 황재균(왼쪽 위), 장성우(왼쪽 아래), 박병호, /사진=kt 위즈


kt는 자체 FA 가운데 주전 3루수 황재균(4년 60억)과 포수 장성우(4년 42억)를 잔류시켰고, 백업 포수 허도환은 LG에 내줬다. 외부 FA 영입도 있었는데,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박병호(전 키움, 3년 30억)를 품에 안았다. FA 계약만 따지면 허도환을 박병호로 교체한 셈.

지난해 통합우승을 한 kt는 유일한 고민이 유한준의 은퇴로 인한 중심 타선 공백이었는데, 박병호를 데려와 오히려 타선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선수 포함 나머지 전력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해 올해 역시 kt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하는 아픔을 겪었던 LG는 FA가 된 간판타자 김현수(4+2년 115억)를 붙잡았다. 아울러 국가대표 외야수 박해민(전 삼성, 4년 60억)을 영입해 타선 및 수비를 보완했다. 박해민의 보상선수로 삼성에  백업 포수 김재성을 내줬지만, 베테랑 포수 허도환(전 kt, 2년 4억)을 FA 영입해 급한 불을 껐다. 최소한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노려볼 여건은 갖췄다.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구단이 KIA였다. 지난해 9위로 창단 후 가장 낮은 순위표를 받아든 KIA는 사장·단장·감독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고, FA 투자에도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 KIA와 FA 계약한 나성범(왼쪽),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최대어로 꼽힌 나성범에게 최고액(6년 150억)을 베팅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혔고,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에이스 양현종(4년 103억)도 진통 끝에 계약을 마쳤다. 투타에서 기둥이 될 선수들을 확보,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전력 보강을 한 만큼 기대감도 커졌다.

NC는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을 KIA에 뺏겼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FA 영입에 발벗고 나섰다. 박건우(전 두산, 6년 100억)와 손아섭(전 롯데, 4년 64억) 두 명의 정상급 외야수들을 데려와 타선의 짜임새는 더 탄탄해질 수 있다. 지난해 방역지침 위반 음주로 물의를 빚고 징계를 받았던 박석민, 박민우 등이 복귀하면 다시 막강 타선을 구축하게 된다.

두산과 삼성의 경우 각각 박건우, 박해민이 빠져나가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했다. 두산은 FA 집토끼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놀라운 결과를 내왔다. 이번에도 박건우는 내줬지만 4번타자 김재환(4년 115억)은 붙잡아 그나마 타선 붕괴는 막았다. 삼성도 박해민은 놓쳤지만 안방마님 강민호(4년 36억)와 좌완 에이스 백졍현(4년 38억)은 지켜 핵심 전력 누수는 피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잠잠했던 팀이 SSG, 키움, 롯데, 한화다. 

SSG는 자체 FA도 없었고, 외부 FA 영입도 없었지만 특이하게 팀의 '예비 FA'들을 사전 단속하는데 집중 투자했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투수 박종훈(5년 65억) 문승원(5년 55억), 거포 한유섬(5년 60억)과 모두 5년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FA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팀의 투타 핵심 자원들과 동행을 연장해 장기적인 포석을 했다. SSG의 이런 행보는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박종훈, 문승원이 성공적으로 부활할 것인지, 한유섬이 기대만큼 활약을 이어갈 것인지에 따라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한화는 FA 계약 1건을 하기는 했다. 주전 포수 최재훈(5년 54억)과 가장 먼저 FA 계약을 하며 일찌감치 눌러앉혔다. 하지만 지난해 최하위를 하고도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은 전혀 하지 않고 발을 빼 팬들의 원성을 샀다.

롯데는 내부 FA였던 손아섭을 NC에 내줬고, 정훈과는 아직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을 붙잡지 못한데다 외부 FA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에도 뒷짐을 지고 있어 팬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키움 역시 간판 홈런타자 박병호를 kt에 내주며 모기업 없는 구단의 한계를 드러내 뿔난 팬들이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외부 FA 영입이나 내부 FA를 잔류시키는 것이 성적과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자원들의 분발 여부, 팀 전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상 등이 성적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이면서 손쉽게(돈만 들인다면) 우수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FA 계약이다.

1000억 가까운 돈이 쏟아진 이번 FA 시장이 2022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FA 4강'이 기대했던 좋은 결과를 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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