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예능 대세는 ‘삼시세끼’다. 참바다씨와 차춤마가 끝내 감성돔은 못 낚아 올렸지만 인기만큼은 제대로 낚았다.

방송 전만 해도 ‘이게 될까?’라는 의문을 자아냈던 tvN ‘삼시세끼’가 어촌편을 통해 대세로 떠올랐다. ‘삼시세끼’가 만든 트렌드에 힘입어 이른바 ‘먹방’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골 마을에서 음식 해먹는 이 단순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빠져든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능의 대세는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상황을 부여하고 복불복 게임을 하거나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완수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 대다수를 이뤘다. 일부는 현재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우수수 무너졌다.

   
▲ 사진=삼시세끼 페이스북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경제상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경제적 여유와 삶의 활력은 비례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이 논리가 적용된다. 소비가 활성화되면 활력있는 프로그램이, 소비가 줄어들면 소박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다.

최근 경제악화에 따라 트렌드는 여유 중심으로 변했다. 70대 이상 할아버지 배우들의 배낭여행을 담은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얻더니, 시골집에서 밥해먹는 ‘삼시세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현실과 매일 부대끼는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프로그램 대신 생각않고 ‘보면서 쉴 수 있는’ 꽃할배와 삼시세끼를 택했다.

TV는 인터넷에 정보전달자 역할을 뺏긴지 오래다. 손바닥 위 휴대폰으로 세상 모든 것을 검색할 수 있는 세상에서 TV는 정보에서 한발 뒤쳐진 매체로 전락해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8시 뉴스를 보기 전 오늘의 주요뉴스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빠름 빠름’이 광고가 아니라 실제 상황인 세상이다.

이로 인해 TV를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휴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IPTV로 재방송은 물론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TV는 이제 가장 저렴하고 간단한 여가생활로 인식되고 있다. 골치 아픈 사건사고, 부산하고 정신없는 프로그램보다는 소파에 누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 사진=삼시세끼 홈페이지

‘삼시세끼’는 산촌(정선)편에 이어 어촌(만재도)에서 만개했다. 엄마 차줌마(차승원), 아빠 참바다씨(유해진), 아들 손호준에 애완동물 산체와 벌이까지…. 캐릭터를 나눈 이들은 마치 한 가족이 여행을 온 듯한 콘셉트로 밤낮없이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썼다.

단순히 고기를 잡고, 양념을 하고,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차줌마의 요리솜씨, 참바다씨의 입담, 산체 벌이의 애교와 나영석 PD의 편집능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덕이 컸다.

바람을 탄 ‘삼시세끼’가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다른 방송사들에서도 앞다퉈 유사한 프로그램을 내놓기 시작했다. 스타들이 전원에 모여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해먹거나, 직접 냉장고를 가져와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육아가 평정하던 예능 콘셉트에 새로운 트렌드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셈이다.

그러나 ‘삼시세끼’를 제외한 프로그램들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단순히 스타성을 앞세운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신뢰를 잃는 경우는 지금껏 비일비재했다. 단순한 먹방, 맛집찾기, 신변잡기 토크쇼도 무수히 등장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돌고 도는 유행의 흐름이 ‘먹방’을 원하는지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지 충분히 고려해 제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