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적 무상급식 교육 예산 바닥 '비정상의 정상화'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홍준표 무상급식중단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착각

인간이 의무보다 권리를 더 많이 이야기할 때 국가는 자신의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 윌리엄 J. H. 보엣커

국가는 모두가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고자 희망하는 가장 거대한 허구적 실체다. - 클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

홍준표 지사의 경남 무상급식 중단을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면 나라가 자신의 무덤을 어떻게 파는지,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실감하게 된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둘러싸고, 경남 일부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옆에 있는 엄마는 셋을 키운다. 한 달 아이들 급식비가 20만 원 정도 들 것 같다. 맞벌이를 하지만 빠듯하다. 언제는 출산이 애국이라 하더니, 애국자한테 급식비를 내라고 한다. 그런데 경남만 영(0)원이다. 경남에 사는 게 무슨 죄인가. 우리가 모두 죄인이다. 새누리당을 찍은 게 죄다.”

오마이뉴스가 19일 보도한 위 발언은, 학부모 송모 씨가 경남 무상급식 중단 반대집회에서 외쳤다는 내용이다.

“경남 꼴이 우습구나 아이들아 미안하다”,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만 유상급식”

이는 경남 학부모들의 무상급식 중단 반대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 내용이다.

슬로우뉴스가 19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무상급식 중단 반대집회에서 이어진 학부모들의 발언과 외침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다 학부모시지예?”

“네~~”

“그렇지예? 그럼 아이들의 건강이 중요합니까? 공부가 중요합니까?”

“건강~~~”

“맞지예?”

“대한민국 부모라면 세상의 부모라면 누구나 공부보다는 건강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무슨 무상급식에 쓸 돈을 가지고 애들 공부시키겠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그지예?”

“네~~”

“공부 중요합니다. 그리고 못사는 사람들에게 교육지원비 좋습니다. 너무나 뜻 깊은 일입니다. 그러나 무상급식에서 사용될 돈을 교육 지원에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무상급식이 기본적으로 되고, 아이들에게 밥을 좀 먹이고 나서 공부를 시켜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절절한 외침이다. 바로 옆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아이들 급식비가 월 20만원 든다. 지갑 사정이 빠듯하니 정부가 돈을 대라.

2. 다른 지역은 다 무상급식인데, 왜 경남만 학교에서 돈 내고 밥을 먹나.

3. 공부보다는 건강이 중요하니, 학교에서 밥을 공짜로 먹여야 한다.

4. 학교에서 밥을 먹이고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

5. 홍준표 경남지사, 새누리당에 투표한 게 죄다.

호의가 지속되니 권리인 줄 아는 경남 학부모

놀랄 노자다. 무상급식은 5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무상복지의 대표적 정책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외치며 우후죽순 당선되고 나서 시작한 것이 무상급식이다.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데, 경남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로 그 꼴이다. 무상급식이 실시되기 전,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챙겨주었다. 급식시스템이 갖추어진 학교에서는, 부모들이 돈을 거둬 아이들의 밥값을 댔다. 일부에 국한된 얘기지만 낯 뜨겁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지갑 사정이 안 되니 정부가 돈을 내라고 당당히 외치고 있다.

   
▲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한 홍준표 경남지사. 무상복지 무상급식 포퓰리즘 정책에 반기를 든 광역단체장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학부모들은 왜 경남만 돈을 내고 밥을 먹어야 하느냐 다른 지역도 무상급식 아니냐고 외치는데, 현재 다른 거의 모든 지역도 무상급식 예산으로 인해 다른 교육부문의 예산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는 지경이다. 무상급식 예산으로 인해 다른 부문 지출을 대폭 삭감하거나 신규교사 임용 충원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각지의 실정이다. 무상급식으로 인한 지역별 사정을 알고서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면 후안무치하다.

학교 밥을 공짜로 먹이면 건강해진다는 경남 학부모

학부모들은 공부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밥을 공짜로 먹여야 한다고 한다. 근데 학교에서 밥을 공짜로 먹이기만 하면 건강해지나? 학교 밥만 먹이면 건강해지나 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억하심정인 것은 알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논리는 세상에 둘도 없다.

건강은 개인의 타고난 유전자와 잠버릇, 24시간 영양 상태와 휴식상태, 가정에서의 개인별 식습관과 부모의 관심이 어우러져 결정된다. 학교 급식은 학생들이 24시간 먹는 영양 상태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성장기 아이들이 하루에 급식 한 끼 먹는 영양 상태는 전적으로 급식시스템의 질 관리에 따른 것이지, 무상급식 유상급식 돈을 내느냐 내지 않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상급식이라면, 학부모들이 감시와 모니터링을 손쉽게 할 수 있어 학생들이 먹는 급식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경남 학부모들은 참 대단하다. 학교 급식만 먹으면 아이들이 모두 건강해진다는 착각을 자랑스레 떠들고 있다.

   
▲ 경남도의회에서 급식비를 서민자녀 교육지원비로 돌리는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방침에 따른 조치다. 경남도의회에서 무상급식 중단이 결정되는 시각, 경남 일부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중단 반대집회를 열고 홍준표 지사와 도의회를 규탄했다. /사진=연합뉴스영상캡처 

한편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밥을 먹이고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런데 학교는 이름 그대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만 한다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일 필요가 없다. 아침 9시부터 오후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니 아이들이 배고플 것이고, 그 허기를 막기 위해 급식을 먹이는 것이다.

학교는 공부를 위한 곳이다. 공부하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지 밥 먹기 위해 학교 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 식당이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무상급식 추진했음을 왜곡하는 학부모

학부모들은 급기야 정치의 영역까지 들어간다.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한 홍준표 경남지사를 비판하며, 새누리당을 찍은 게 죄라고 외친다.

우선 궁금하다.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 중 몇 명이 새누리당과 홍준표에게 진짜로 표를 던졌는지 말이다.

사실 새누리당에 표를 던진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무상급식이요, 그 무상급식을 누가 추진했는지가 중요하다.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수의 교육감 후보들에게 당선의 영광을 안겨준 대표공약이었다. 무상복지 신호탄이었던 희대의 포퓰리즘 공약이었다.

예산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기존 고정비와 경상비로 가득한 예산항목에서 쪼개고 쪼개어 교육지출을 운용해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무상급식이라는 미명으로 빈부 가릴 것없이 모든 아이에게 공짜로 밥을 준다하니 교육예산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들 확인했다시피 전국 각지에서 교육예산이 쪼들리는 실정이다. 무상급식은 물론이고 다른 거의 모든 교육예산이 모자르다고 아우성이다.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중단을 반대하는 경남 학부모들에게 고한다. 아이들 건강이 정 그렇게 염려된다면, 집에서 휴식만을 취하게 하고 밖에서는 뛰어놀며 운동과 야외활동을 즐기도록 내 아이에게 '자유'를 허해라.

아이들 밥값을 대기 힘들다면, 본인들의 커피값과 유흥비를 줄이거나 아이들 사교육비 학원비 과외를 줄여라. 스스로 무상급식중단 반대집회 자리에서 밝혔듯이, 아이에게 공부 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좋은 기회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