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적체도 문제, 인기 전기차종 출고까지 1년 이상 소요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이 수출·생산·내수 트리플 감소를 연이어 기록한 주 이유로 꼽혔던 반도체 수급문제가, 그나마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던 친환경차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약 23만대로, 각각 전년대비 31.8%, 54.6% 증가한 수치를 보이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이 이에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 현대 아이오닉5./사진=미디어펜


앞서 지난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11월 친환경차 수출액은 12억 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기차 월간 내수 판매대수도 4개월 연속 1만대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11월 생산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 4.1% 줄어든 14만 6705대, 12만 637대를 생산했으며, 한국지엠과 쌍용은 각각 35.0%, 31.5% 감소한 1만 2071대, 8630대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내수 판매에서는 완성차업체 5개사 모두 전월대비 증가했음에도, 전년 동월 역기저효과와 수입차 판매 급감 등으로 감소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9, 10월 생산량은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라 두 자릿수 감소했지만, 11월에는 특근, 가동률 상향 등 탄력적으로 생산운영을 진행하며 생산만회를 위해 노력한 결과 모든 업체가 전월대비 생산이 증가했다. 

완성차 5개사 모두 전월대비 생산이 증가했음에도 불구, 전년동월대비로는 6.6% 감소한 30만 2983대를 기록했다.

이는 고스란히 판매 적체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전 차종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3개월 △아반떼 및 그랜저 하이브리드, 6~7개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하이브리드, 8개월 등이 소요된다고 업계는 전했다.

특히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GV60는 출고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등 전기차의 경우는 적체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K5 하이브리드, 7개월 △K8 하이브리드, 11개월 △봉고EV, 10개월 △SUV스포티지 하이브리드, 12개월 △SUV 쏘렌토, 14개월 △EV6, 13개월 등의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기아는 이달, 택시로 출시될 물량을 제외한 니로 모델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을 단기간 내에 해소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현지공장의 생산이 다소 회복되면서, 하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원활한 수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주요국 환경규제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현지생산 조정 외에는 공급망 혼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시 국내기업 원자재 수급 차질 및 가격상승이 우려되는 만큼, 핵심 품목에 대한 철저한 수급 안정화 조치 필요하다는 의견을 산업부에 개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만회 노력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동남아 오미크론 확산 시 수급차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관리에 힘쓸 것”이라면서 “향후 중국의 탄소중립 본격화 시 핵심소재(이차전지 등) 수요증가에 따른 희토류 등 관련 통제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경보시스템(EWS) 가동을 통해 공급망 불안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핵심품목 수급 안정화에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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