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주장 이틀만에 물품 조달자 겨냥
2년 7개월만 대통령행정명령…美내 자산동결·미국인과 거래금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틀만인 12일(현지시간)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인 1명 및 러시아 기관 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두 번째 단행된 대북제재이지만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제재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를 근거지로 두고 있는 최명현과 오영호, 중국에서 활동 중인 심광석, 김성훈, 강철학, 변광철 등 북한 국적자 6명과 러시아 국적자인 로만 아나톨리비치 알라르, 러시아 기업 파르세크(Parsek LLC)가 재무부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방송(VOA)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 중국 선양, 다롄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의 미사일 관련 물품을 조달한 개인과 기관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가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2018년과 2021년 사이 오영호가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군수공업부 하위조직인 ‘로케트공업부’를 대신해 제3국에서 아라미드 섬유와 스테인리스 강관, 볼베어링을 포함한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용 물품들을 조달하는 등 관련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또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오영호는 아라미드 섬유와 항공유 등 탄도미사일에 적용 가능한 여러 물품들을 조달하기 위해 러시아 회사 파르세크와 이 회사 관계자 알라르와 협력했으며, 알라르는 오영호에게 고체 로켓 연료에 필요한 혼합물을 만드는 방법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사진=미 국방부·국무부

블링컨 장관은 이번 제재에 대해 “북한의 계속되고 있는 확산 활동과 이를 지원하는 자들에 대한 우리의 진지하고 지속적인 우려를 전달한다”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며 세계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들과 이들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국 정부가 의미하는 ‘미국인’(US Person)에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외에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외국기업도 포함된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행정명령 13382호를 적용해 대북제재를 가한 건 지난 2019년 6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이다. 지난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13382호는 북한이 명시되지 않은 행정명령으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이를 지원하는 개인 등을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독자제재는 지난달 10일 리영길 북한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에 대한 조치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북한이 최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이틀 만에 전격 WMD와 탄도미사일 관련 물품의 조달책임을 맡고 있는 인물들을 겨냥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번 제재에 대해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막고, 북한이 관련 기술을 확산하려는 시도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노력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2021년 9월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6차례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뒤이어 나온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의 연관성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모색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지만,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위협에는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넬슨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한 미국의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인 오늘의 조치는 무기용 물품의 불법 조달을 위해 해외 대리인들을 계속 이용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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