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은 기존대로 '님' 유지…연공서열제 폐지로 직급도 사라져
금요일엔 오전 4시간만 사무실 내근…CJ 계열사 중 유일 도입
이재현 CJ 회장 "다양한 기회 제공·공정 경쟁해 성장 일터 조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해 직급제 전면 폐지·전 직원 주식 보상제(RSU) 도입·거점 오피스 확대 운영 등 근무 방식의 전면 대전환에 나선다.

   
▲ 서울 DMC 인근 CJ ENM 본사./사진=CJ ENM 제공

CJ ENM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회, 공정한 경쟁, 파격 보상과 성장'을 기조로 하는 인사 제도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직급', '승진' 등 정형화된 팀 운영 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직무·역할·프로젝트 기반 유연한 조직 운영' 중심으로 전환, 성과와 역할에 따라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하고, 젊은 인재들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공서열제에 따른 직급 전면 폐지가 가장 큰 변화다. 이에 따라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더 이상 직급이 존재하지 않는 수평적인 회사로 바뀐다. 호칭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님'이나, 사내 인사 체계상 직급 자체가 완전 폐지돼 '전략 기획 담당 박OO님', '예능 제작 PD 김OO님'으로 수행 직무와 역할로만 개인을 구분하게 된다.

체류 연한과 연차에 대한 개념도 사라져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누구라도 10년 이내에 스타 크리에이터나 경영 리더(임원) 등 리더로 성장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성과를 내는 만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역할과 보상을 받는 구조로 전면 개편된다.

기존 정형화된 팀 단위의 업무범위를 넘어 프로젝트 단위의 협력적 업무수행이 확대된다. 직급·연령과 무관하게 누구나 프로젝트를 발의할 수 있고, 최적임자가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프로젝트 멤버를 구성하고, 프로젝트 전반을 이끌게 된다.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기간에는 별도 수당도 지급된다.

CJ ENM 관계자는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방식은 조직 간 소통을 활성화 할 것"이라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업무 도전과 리더 역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직급 폐지에 대한 금전적·비금전적 보상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한다는 취지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식 보상 프로그램'(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을 도입한다.

고성과자·핵심 기여자에게는 추가 주식 보상도 가능하다. 직원이 성과를 내 회사 가치가 상승하면 보상도 덩달아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보상이 성과 중심으로만 편향되지 않도록 장기근속 포상 제도도 3년, 5년, 7년, 10년(이후 5년 단위) 등 포상 주기를 단축하고 금액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강화한다.

새로운 근무 문화를 만드는 차원에서 매주 금요일에는 오전 4시간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오후 4시간은 자유롭게 외부 창의 혁신 활동을 하는 ‘B.I+(비아이 플러스)’ 제도도 도입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이 제도는 CJ그룹 계열사 중 CJ ENM만 운용 중이다.

B.I+ 제도는 회사로부터 자기 개발 시간을 연간 208시간 부여 받는다는 측면에서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4시간 더 늘어난 주말 시간을 통해 트렌드를 캐치하거나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생겨 생활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이다.

CJ ENM은 사내 벤처·사내 독립 기업(CIC)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업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거점 오피스 제도도 확대 운영한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CJ ENM 제주 오피스 이외에도 올해부터는 △트윈시티 남산 △일산 빛마루 △동대문 제일제당센터 △용산 CGV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대 2억원의 사업 지원금을 총 5팀에게 지급하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시리즈A'는 엔터테인먼트 부문뿐만 아니라 스튜디오드래곤·티빙 임직원까지 참가 모집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 1차 서류 접수 마감 결과, 전체 지원자 중 69%가 대리·사원급의 젊은 지원자들이었다는 게 CJ ENM 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 제도 혁신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 중기 비전 발표에서 최고 인재 확보와 조직 문화 혁신을 강조한 부분과 궤를 같이 한다. 이 회장은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CJ ENM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방침은 나이·연차·직급을 가리지 않은 인재 발탁과 임직원 스스로 일하는 시공간과 경력까지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몰입'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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