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상 및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대응 차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한은은 새해 첫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0%에서 0.25%포인트 오른 1.25%로 조정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물가 대응 차원에서 예상보다 빠른 긴축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14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현재와 같은 수준인 연 1.25%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8월(0.5%→0.75%)과 11월(0.75%→1.0%)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번 회의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수준으로 복귀하게 됐다.

한은은 앞서 두 차례의 금리인상에도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인 상태"로 판단해 왔다. "물가상승과 금융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경제 여건이 허락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거듭 밝혀왔던 이주열 총재도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 상황의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엔 물가상승과 금융불균형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했다. 환율도 연초부터 1200원대로 올라서며 물가상승 압박도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다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및 양적 긴축 등도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844조9000억원을 기록, 전 분기에 이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커진 유동성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융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일정을 3월로 앞당기고,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 5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경제, 고용 시장, 인플레이션 전망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인상하는 게 타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00%에서 1.2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신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지 않으면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전개 상황 및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하락 후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 전개와 백신 보급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회복세를 지속하였다. 민간소비의 회복 흐름이 방역조치 강화 등으로 주춤하였으나, 수출은 견조한 글로벌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지속하였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다소 조정되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민간소비 회복 흐름이 재개되면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11월에 전망한 대로 3%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석유류제외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대 초반 수준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후반 수준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전망경로를 상회하여 상당기간 3%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연간으로는 2%대 중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금년중 2%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시장금리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하락하였다가 미 국채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전망 등으로 상당폭 상승하였다가 반락하였으며, 주가는 소폭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