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모호한 '비정규직' 용어 갈등 부추겨…노동 시장 유연화 힘써야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노동시장은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고용하고, 가계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노동 수요량과 공급량이 만나는 지점에서 임금과 일자리 수가 결정되는 시스템임. 노동 수요는 재화와 서비스 시장에 의해 발생하는 파생수요이므로, 경제성장 및 경기변동에 따라 변화하였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황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따른 논쟁이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임.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일 정도로 경직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시직과 일용직 등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종사자는 607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2.1%이며, 정규직 대 비정규직 임금 차이는 100 대 55로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률도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각각 34.2%(국민연금)와 40.9%(건강보험)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경쟁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용시장의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에는 133위까지 떨어짐. 경직된 노동시장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이유로 평가된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관련 제도는 유럽 등 선진국의 1990~2000년 사이에 성립된 초기의 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차별금지 및 시정제도, 파견근로 허용업무 및 사용기간 제한이 이에 속한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문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유발하면서 우리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본다면 정규직 과보호 및 비정규직 규제로 인한 고용감소와 노동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 노동시장의 모순을 들 수 있겠다.

최근 주요 선진국가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흐름과 달리 종전의 비정규직 사용기간 및 허용 업무 규제 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 회복(혹은 비정규직)가 선거 이슈로 대두될 때마다 차별시정제도와 같은 한시적 미봉책과 인기영합적 대책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OECD 기준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지수는 거의 꼴찌 수준에 가깝다. 이 같은 모순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법과 노동시장이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 지향적 노동조합 문화로 인해 정치파업이 쉽게 발생하고 있다. 조합주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정치적 이해타산에 휩쓸리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파악 기준을 확실히 해야

우리나라 비정규직 파악 기준에 의하면 2009년 현재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약 1/3인 33.4%이지만, OECD 분류의 국제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5.5%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4 정도다.

우리는 시간제 근로자와 용역,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가사사용인을 비정규직에 포함시키지만, 외국에서는 비정규직인 임시직 근로(temporary work)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제 근로를 비정규직 분류에서 제외하는 등 비정규직법의 시행과 정책개발에서 외국 사례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안정성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비정규직의 정의를 다시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규직 과보호문제와 비정규직 규제문제를 어떻게 접근 것인가.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을 고려한다면 용어 사용을 바꿀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며, 합리적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 노조가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는 상생 파트너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합의 구성, 단체 행동에 대한 특권을 해소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하여 각종 정치적 해법이 추진되었지만 그 실효성은 낮은 상태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라는 핵심 과제를 풀어야 가능하다. 또한 현실성을 외면한 비정규직 규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규직 과보호문제는 정규직 고용의 유연성 확보가 핵심적인 해결책이다. 고용 유연성을 위해 지나치게 까다로운 정리해고의 법적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유연성, 배치전환 등 기업 내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규제문제 중 하나인 사내하도급 불법 파견 판단 기준의 글로벌 기준 고려와 파견근로 제도의 글로벌 기준 고려가 요망된다. 미국의 경우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가 없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정책 과제

첫째, 고용 계약 기간의 자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현행 2년으로 한정된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업종별로 다양하게 계약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임금 결정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제를 폐지함. 직무에 따른 임금제, 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셋째, 근로 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할증임금 강제 규정을 폐지하여 장시간 근로의 유인을 해소해야 한다.

넷째, 해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경영상 해고 요건의 까다로움을 완화하여 쉽게 고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다섯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법리와 단체협약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이는 기능적 유연성 제고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를 유연화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 동의에 갈음 할 수 있는 요건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다양한 고용형태를 보장해야 한다. 정규직 과보호로 인해 발생한 사내하도급 근로와 기간제 근로자 파견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일곱째, 노동조합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노조가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는 상생 파트너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합의 구성, 단체 행동에 대한 특권을 해소해야 한다.

여덟째, 노동 관련 합리적 해법 찾기를 추구해야 한다. 정치적 해법 찾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사정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23일 개최한 제4차 노동정책토론회 <비정규직 쟁점의 실체와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