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한반도 운전자론 2.0’ 혹은 ‘비핵·개방·3천’ 업뎃 버전 우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미·중 전략경쟁시대 속 차기 대한민국 정부의 과제가 된 외교·안보 6대 쟁점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정리했다.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모인 ‘플라자 프로젝트’에서 지난 2019년 1월 19일부터 꾸준히 토론을 진행한 결과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기획해서 발표한 ‘20대 대선, 외교·안보 주요쟁점과 여야별 입장 비교’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게재 순서는 ①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대화) 참여 문제와 미국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 문제 ②한미동맹 지역 역할 확대와 한일관계 전면적 개선 문제 ③대북제재의 지속 여부 문제 ④경항모 혹은 핵잠수함 보유 문제 ⑤현 여야 대선후보들의 외교안보정책 비교이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의 윤석열 대선후보가 각각 발표한 외교·안보공약에 대해 “이 후보측은 문재인정부처럼 대북 평화외교 중심이고, 윤 후보측은 미국 패권시대 상황에 몰입됐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측 스냅백 비핵화 방침, 한계·위험성 대비책 있나” 

김 교수는 이 후보의 정책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22일 발표된 공약을 토대로 분석하고 전반적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와 균형 외교를 지향하면서 대전환 시대의 통일외교를 구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운전자론 2.0’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후보는 대북정책 위주의 외교·안보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전반적인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보인다”면서 “다가온 미중 전략경쟁시기에 한국이 타개해나갈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북핵 정책에서 ‘단계적 동시 이행’과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로 비핵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대북정책은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한반도평화경제 체제 수립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남북 간 독자적 로드맵을 설계해서 교류협력을 추구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향후 대북 분야는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 정책은 실제 적용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이 정책이 지니는 한계와 위험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지, 그에 따른 대비책은 수립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측의 정책에 사실상 안보전략은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이라기보다 비전 내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는 아마 이 후보의 임기를 넘어 수십년 지속될 개연성이 큰 사안이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플랜 B와 C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대북 외교-평화통일전략은 안보전략과 더불어 같이 제시되어야 하고, 공간적으로도 한반도나 주변 4강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에는 기존의 사드 배치는 수용하되 추가 배치는 추후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포함돼 있다. 

또한 기존의 톱다운 방식 외교를 추구하면서 대일 정책과 관련해선 '정·경 분리'라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일본에 대한 단호한 대항을 표명했다. 

이 밖에 다자외교에서는 신남방·신북방정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선택적 모병제'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출정 연설에서 '일본을 극복하겠다'고 한 발언은 현재 국제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며 또한 “이 후보는 11월 11일 미중 당국자들과 연달아 만난 자리에서 모두 ‘경제동맹’을 강조했는데 이를 어떻게 실현가능하게 할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미·대일 외교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민족주의적 감성에 의탁하기보다 미국과 일본의 주류의 언어로 그들을 설득할 복안과 역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선에서 비록 외교·안보 이슈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하지만 향후 이 분야가 얼마나 대한민국의 명운에 중요한지를 인식해야 한다. 정쟁과 동굴의 벽을 넘어 포괄적인 대한민국 외교·안보정책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명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및 증시대동제에 참석하고 있다. 2022.1.3./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사드, 주권 영역? 복잡한 국제정치 현실 신중히 판단해야”

윤석열 후보의 정책 평가는 지난해 9월 14일 중앙일보 인터뷰 및 같은 달 21일 발표한 내용(11월 12일 수정)을 토대로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반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보 정책은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규범에 기초한 예측가능한 법치의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국익을 최우선하는 당당한 외교를 펼친다는 원칙”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구체적으로 한미 간 포괄적인 전략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쿼드 플러스’에도 점진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표방했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와 신흥안보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사드 배치를 강화하고 ‘한국형 아이언돔’(장사정포 요격 체계)도 배치할 계획이다. ‘판문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로 3자간 대화채널을 상설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북핵 정책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협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감시정찰능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북정책의 골자는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협력, 비핵화 이후 남북공동경제발전 계획 추진이다. 그러면서 국제 공조를 통해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대일 정책과 관련해선 ‘김대중-오부치 2.0’이라는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하고, 과거와 미래를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자외교에서는 총리실 직속 신흥안보위원회를 신설하고, 국제 사이버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했다. 모병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김 교수는 “윤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은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3천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인다”면서 “한미동맹 중심의 외교·안보전략 구상으로 변화하는 국제환경의 도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 진영은 미국 중심 패권시대 상황에 몰입해있다는 인상”이라며 “민족국가 시대 국제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명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우방과 동맹의 가치를 소리높여 외치는 상황에서도 이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마치 변하지 않을 것처럼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트럼프가 예외였을까?”라며 “트럼프 현상은 미국이 직면한 구조적인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며,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2.0의 지도자가 나올 개연성이 크다. 바이든의 정책이 과연 미국 국내적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윤 후보의 ‘사드는 주권의 영역’이라는 최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감성적으로 솔깃하고, 국익 앞에 단호한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 들리지만 사드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현실은 보다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현재 우리 주권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사드를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2023년까지 미국의 인도·태평양 미사일 방어체계에 연동시킬 계획이다. 이외에 중국을 견제할 마땅한 군사적 방도는 부재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중국이 반대하는 3NOs(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대중 미사일 방어망 편입 반대)를 지킬 수 없는 환경에 차기정부는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차기정부는 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안보 사안, 이분법적 정책결정구조 탈피 중요”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바이든 정부의 현 국제개입주의는 큰 난관에 직면할지 모른다. 중국은 새로운 외교·안보적 도전과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 성패와 미래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외교·안보 분석에서 자신감이 넘칠수록 이를 신앙에 가깝게 보는 사람들이 넘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의 전쟁의 심리 상태로 대적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상황을 기존의 습관적인 인식이나 개인의 희망적 사고와 신념으로 쉽사리 재단해서는 안된다”면서 “일례로 미국의 PEW리서치의 2020년 조사에서 한국민 77%가 미국을 여전히 세계경제를 이끌 나라고 여기는 반면,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세계경제의 주도국이 중국이 될 것으로 일관되게 판단한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여전히 우리는 국내정치에서 '반중'을 이야기하고 '한미동맹'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들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는데 유리하겠지만 정책을 제안하는 전문가나 정치인은 결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외교·안보 사안에서 이분법적 정책결정구조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 공론에 부쳐서 공감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보수와 진보를 넘어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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