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0% ‘한국 노동법제 기업 경영에 부담된다’
새 정부가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 1순위는 중대재해처벌법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새 정부에 노동법제 개선을 요구하는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중대재해처법을 꼽았다. 한국의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하여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105개사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은 60.0%에 달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9%, 별로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9.1%였다.

   
▲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행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몇 년 동안 추진된 노동정책 중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도는 ‘주 52시간제’(5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44.8%, ‘중대재해처벌법’이 41.9%로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주 52시간제가 규모별, 산업별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충격이 컸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거나 독일처럼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근로시간계좌제, 고소득자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의 도입을 통해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 부문 현안은 ‘최저임금 인상’(38.1%)이었다. 두 번째로 ‘정년연장 논의’(35.2%), 세 번째로 ‘근로시간면제 심의 결과’(3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로는‘중대재해처벌법’이 2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근로시간 규제완화’가 23.8%,‘최저임금제 개선’이 21.9%, ‘기간제·파견법 규제완화’가 11.4% 순으로 조사됐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모호한 법률 규정과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해설서가 배포되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법률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현안 이외에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외부변수로는 코로나19가 71.4%로 조사됐다. ‘ESG 확산’이 35.2%, ‘탄소중립’이 33.3%, ‘공급망 불안정’이 32.4%로 그 뒤를 이었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 사태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들이 올해 인사·노무 중점방향으로 가장 높게 꼽은 것은 ‘유연근무제 확산’(46.7%)이었다. ‘노사관계 안정화’가 42.9%, ‘신규인재 확보’가 32.4%로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몇 년간 노동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강화되는 노동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 안정화에 힘쓰면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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