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첫날... 길어지는 행렬에 대타 대기자까지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출시 되기 전 부터 인기를 예고했던 안심전환대출 출시된 첫날 오전, 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로 각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길어지는 대기 시간을 대신 기다려 주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원리금 상환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한달 지출액에 고민하는 고객들도 있다. 또 자신이 어떤 담보대출을 받았는지 잘 모르고 왔다가 대상에서 제외되자 고개를 숙이며 돌아가는 고객들도 눈에 들어왔다.

24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 상품 안심전환대출의 첫날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 24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 상품 안심전환대출의 첫날 시중은행 영업점에는 손님이 끊기지 않고 있다/사진=KBS뉴스 캡쳐

한달 5조원, 연 20조원이라는 한도 액에 따라 조기소진 우려에 문도 열기 전에 고객들의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계된 안심전환대출 건수는 5941건, 액수는 7810억원이다. 이는 한 달 한도액의 15.62%에 해당할 정도로 빠르게 팔리고 있었다.

넘쳐나는 인파에 국민은행 영업점은  본점 직원 총 180명을 신상품 출시로 인해 혼잡이 예상되는 영업점에 파견하고, 별도의 기동인력반 40명을 편성해 영업점 혼잡 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오전동안 대기 번호표를 받는 고객들은 11명~12명가량으로 창구 직원 외 지점장도 나서 상담테이블에 앉았다. 국민은행 연희지점에서는 지점장이 고객들이 앉아 있는 쇼파로 직접 상담을 하기도 했다.

아침 9시 20분에 대기번호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던 김모씨(50대,주부)는 "1시간 30분 기다렸다. 이제 내 차례다"며 "그래도 영업점 지점장이 와서 상담을 쉽게 해주니 창구에서 상담 받고 대출 신청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에 인파가 거세고 대기 시간이 미리 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모씨(20대, 대학원생)의 언니는 이씨에게 대신 대기표를 가지고 기다리게 했다. 이씨는 "대기번호가 다가오면 바로 연락을 하라는 부탁을 남기고 언니는 지금 일하고 있다. 형부도 직장이 있어서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오늘 시간을 낼 수 있었던 만큼 대신 대기표를 가지고 기다로 있다. 기다려 보니 한 사람당 30~40분이 소요 됐다. 대기자가 1명 남게 됐을 때 연락할 것이다"고 대타자가 은행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은행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점마다 인파가 모이는 경향이 다르다"며 "특히 김포지점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요즘은 바쁜 직장인들도 많기 때문에 상당수 고객들이 전화 문의를 하기 때문에 은행지점은 비어 있다고 하더라도 각 창구별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넘쳐나는 은행의 인파 속에서는 다양한 표정을 지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 화가 난 고객도 보였다.

최모씨(50대, 은퇴를 앞둔 직장인)는 이제 퇴직하기 까지 몇년 남지 않았다며 얼마 남지 않은 동안 이자라도 줄여보자는 심정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원리금 상환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한 달에 내야 하는 지출액이 너무 커진다"며 "지금은 이자만 내고 있다. 이자만 3% 수준으로 내고 있는데 사실 30만원 정도 돈을 낸다"고 했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게 되면 최씨는 한 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내야 하기 때문에 이자 자체는 줄어들 수 있지만 최씨가 한 달 지출하는 비용은 3~3.5배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최씨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런데 조건만 까다로운 조건이 문제 아니었다. 심리적 부담을 더 주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모씨(40대, 자녀가 중학생인 학부모, 직장인)도 역시나 비슷한 이유로 발길을 돌렸다.

이씨는 "큰애는 중학생, 작은애는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며 "근데 빚을 빨리 갚고 이자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장점이 부각된 부분만 보고 왔는데 상담을 받아 보니 한달에 내야 할 돈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것인지 더 부담을 지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아했다.

결국 이씨는 다시 고민을 해 본다고 하며 은행에서 발길을 돌렸다.

실제 연 3%로 1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달 이자만 25만원이다. 다만 한 달 동안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낸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로 기간을 10년, 1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원금은 73만원과 이자액 21만원을 동시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총 94만원 수준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즉 이자 자체는 줄어들지만 한 달 지출 총액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 24일 안심전환대출 시행 첫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안심전환대출 약정서를 쓰고 있다/사진=KBS뉴스 캡쳐

유모씨(60대, 은퇴자)는 안심전환대출 출시에 맞춰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은행에서 준비한 안심전환대출 약정서를 받았다.

유씨는 "글도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며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아서 아들과 함께 오겠다"고 하며 도중에 자리를 떴다.

은행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온 고객들이 많다. 사실 준비해 해야 할 것은 재직서, 본인 소득증명서, 신분증 등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려워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약정서 양이 많고 요건에 해당하는 분야를 잘 이해 하지 못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금융자가 어떤 대출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선 담보대출자에 한에서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국민주택기금대출, 한도대출 등의 대출을 받은 고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