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엔터 등 IPO 일정 불투명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까지만 해도 성공의 대명사로 통했던 ‘카카오’ 관련주들의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단순 수급 이슈가 아니라 경영진의 주식 대량매도 등 신뢰도에 타격을 줄 만한 사안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에 상장 계획을 진행 중이던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공개(IPO)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 작년 11월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식에서 참석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들에 대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열며 화려하게 시작된 카카오 신화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도 ‘비대면 수혜주’로서 명맥을 유지하며 이어졌지만, 전혀 엉뚱한 이슈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모습이다.

작년 가을 15만75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현재 9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11만원대를 호가하던 카카오게임즈 역시 현재 7만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작년 여름 9만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현재 최고가의 절반 이하인 4만원대 초반을 맴돌고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작년 말 25만원 근처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는 13만원대로 추락했다.

신뢰도에 타격을 준 최근 사건으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대량매도 논란이 있다. 작년 11월 증시에 입성한 카카오페이 류영준 전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상장 한 달 만인 작년 12월 8일 주식 총 44만주를 대량 매도함으로써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진 사건이다. 

이 사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하겠다”고 언급할 정도로 논란이 됐다. 이 이전부터도 카카오는 꽃 배달, 미용실,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등 이른바 ‘골목상권’에 해당하는 분야에도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타 대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바 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김범수 의장은 최근 임직원 대상으로 글을 올리며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해 보았다”면서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김 의장 본인도 카카오-다음 합병 과정에서 ‘8000억 탈세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입장이다. 

시장의 관심은 다른 카카오 계열사로 집중된다. 특히 카카오 계열사 내 차기 IPO 주자로 손꼽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일정을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2년 카카오그룹 첫 IPO 주자로 예상됐던 카카오엔터는 카카오M‧멜론 등과의 합병 전인 지난 2019년 카카오페이지 시절부터 IPO를 준비해 왔지만 다시금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12월 무렵부터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주관사를 정하지 못했다. 주관사 선정 시점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논란이 불거진 터라 관련 일정이 보류된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명에 ‘카카오’가 들어간 모든 회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보다 더 가혹한 외면을 받고 있다”면서 “금융 계열사들의 경우 미국 금리인상 등의 영향을 받은 면도 있지만, 투자자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주가는 고점 대비 45% 이상 하락하며 플랫폼 규제 이슈 등의 악재를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라 판단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면서도 “상장 자회사들의 주가 하락을 고려해 목표주가는 13만원으로 하향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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