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재 19일 정치국회의서 “중지했던 모든 활동 재가동 검토"
아슬아슬하게 지켜왔던 레드라인 다시 넘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
2.16 김정일 생일·4.15 김일성 생일 전후, 한미훈련 기간이 변곡점
임을출 “북미관계 6.12 싱가포르 선언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선포”
홍민 “베이징올림픽 끝나는 대로 예고한 전략무기개발 진행 가능성”
박원곤 “정책 방향 암시일 수도…경제 때문에도 벼랑끝 전술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소집하고 그동안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했다.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지켜왔던 레드라인을 다시 넘을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면서 오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 80주년과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또 한미군사훈련 재개 기간을 전후로 해서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0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정치국회의는 김정은 총비서가 사회를 맡아 당 중앙위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위원, 후보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정은 총비서는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성대하게 경축하기 위한 당과 국가기관들의 임무를 상세하게 포치(지시)했고, 그동안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포치했다.  

또 이런 포치 결정의 배경에 대해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 계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노동신문 보도 내용은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라’가 아니라 ‘재가동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는 것이고, 이와 관련한 김 총비서의 실제 발언은 소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에 북한이 사실상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사실상 파기 수순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도 예고한 전략무기 개발 프로세스 진행을 위해서라도 모라토리엄 파기는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울러 이번 김일성·김정일 생일을 빛내겠다고 한 만큼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관계를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선언 이전으로 다시 돌려놓겠다는 명백한 선포로 해석된다”면서 “북한이 이른 바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된다. 한반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볼 때 강대강 극한 대립은 결국 대화와 협상으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북미대화 국면으로 극적 전환 가능성도 열어놓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가 1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2022.1.20./사진=뉴스1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를 먼저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파기로 나가느냐, 아니면 선언부터 하고 이후 파기 행동을 실행하느냐 차이의 문제였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 수순을 밟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다음주 선수 입촌식을 앞둔 베이징동계올림픽 이전에 (이미)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를 통해 전략무기 개발 의지를 보여줬고, 이어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을 하는 압축적인 일정을 진행했다”면서 “(앞으로) 올림픽 한달여동안 미국, 한국, 국제사회의 반응을 본 뒤 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예고한 전략무기 개발 일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 5대 핵심 과제는 극초음속미사일, 수중 및 지상 발사 고체형 ICBM,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이었다”며 “이 중 극초음속미사일과 무인정찰기를 제외하면 모라토리엄을 파기해야만 가능한 무기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새해 초 가까운 기간 내에 하겠다고 선언했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수했다. 이어 역시 가까운 기간 내에 하겠다고 말했던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핵잠수함 및 중장거리 SLBM 발사에 이어 ICBM 등 수순으로 무기 실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에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를 암시했으나 모라토리엄 완전 폐기란 표현은 없었고, 따라서 정책 방향 암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박 교수는 “ICBM과 핵실험 재개는 바이든 행정부에 큰 악재이다. 올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실제 이행한다면 본토에 대한 위협이 되므로 미국 유권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북한의 연속된 대미 강경 메시지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선상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올릴 것“이라며 북한 의도를 분석했다.

또한 “더불어 북한의 몰아붙이기는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중국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2년간 봉쇄정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대결 국면을 고조시키는 것도 내부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면서 돌파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북한은 다시금 그들에 익숙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실제 ICBM 발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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