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모라토리엄 파기 시사 속 20일 미일 정상회담서 CVID 추진 공동성명
미국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추가 시도에 중·러 '보류'지만 거부권 행사
국정원 “북 ICBM 시험발사 가능성 높아…‘하노이 노딜’ 이후 동창리 복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소집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하면서 미국은 CVID를 다시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추가 대북제재를 올렸다.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 시사는 2018년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싱가포르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선언인 셈이다. 그런 만큼 미국도 싱가포르선언 이전 미국의 방침이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다시 꺼내들었고, 이제 ‘한반도 평화 시계’는 4년 이전을 향해 거꾸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싱가포르선언 이후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유예해왔고, 바이든 행정부도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을 표방하면서 한미는 그동안 북한이 거부감을 보여온 CVID란 용어를 쓰지 않았다.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성사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미일 정부가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CVID 추진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일 두 정상이 북핵 및 한반도 구상을 어떻게 논의할지 우려도 뒤따른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해 대화와 외교를 강조해온 미국은 최근 대북 독자제재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과 벌이고 있는 전략경쟁 대결구도가 반영되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북핵 문제 순위가 올라설지도 주목된다.

안보리는 지난 17일 북한의 탄도미사일(KN-24) 발사와 관련해 20일 비공개회의를 소집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결의는 고사하고 언론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회의에서 15개 이사국에 언론성명을 승인할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어떤 종류의 성명에도 반대한다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이날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최근 미국정부가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도 추가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보류’를 신청해 거부됐다. ‘반대’가 아니라 ‘보류’인 만큼 6개월간 유예기간을 갖게 됐지만 앞으로도 중국이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2.1.18./사진=뉴스1

바이든 정부 들어 북미 대화가 성사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비핵화협상에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배경에는 북한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라는 포괄적이고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 조건도 있었지만 북핵 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 정책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19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단 한 번도 지 말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등 경제 문제와 코로나19 백신접종 등에 발언과 질문이 집중됐고, 외교·안보 현안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가 언급됐다. 

사실 지난 1년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해 언급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작년 3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 때에도 마침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까닭에 관련 질문이 있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란 경고만 남겼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4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을 한데 묶어서 “이들의 핵위협에 동맹과 협력해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맞춰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 북한이 말한 대로 실제 행동에 옮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런 만큼 바이든 정부로서도 북한 대응 전략 변화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미국이 묵과하기 어려운 레드라인을 넘게 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로서 손 놓고 있을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몸값 올리기’에 말려들지 않으려던 기존 입장을 동맹 단결 강화로 이어갈지, 북한과 물밑접촉으로 변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존재감 과시는 더욱 강도 높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국가정보원에서도 나왔다. 국정원은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예고한 전략무기 개발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면서 앞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도발을 ICBM 시험발사로 꼽았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은 북한이 대미 압박 용도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며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 직후 동창리 발사장을 해체했다가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바로 복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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