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총 17억 8200만원 부과 및 검찰 고발... 직원 실수로 담합 꼬리 밟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서울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지한 보수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억 8200만원을 부과하고, 이들 3개사 모두와 업체 대표이사 등 개인 3인은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와이피이앤에스, 미래비엠, 아텍에너지 등 3개사는 지난 2017년 2월 17일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시한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들러리를 정하고, 이에 맞춰 투찰가격 등 적격심사 평가요소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에서 발주자 측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은 공사와 입찰 절차 등을 잘 모르고 있어, 입찰 전 관련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들로부터 공사내용, 소요예산 등에 관해 자문을 받고, 이를 참고해 관련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그간 공정위가 적발한 아파트 관련 입찰담합 사건을 보면, 입찰 전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자문한 업체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찰이 설계되도록 유도한 뒤, 입찰에 참여하면서 다른 업체들과 낙찰예정자 등을 합의하는 행태의 담합 관행이 형성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위 업체들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이 비전문가라는 점을 악용해, 입찰 전 자문을 한 업체의 사전영업을 서로 인정하면서 그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정하고,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를 서주는 방법으로 '담합 품앗이'를 해 왔다.

와이피이앤에스는 아파트 입찰 관련 규정에 따라 3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만 입찰이 성립된다는 점을 고려해, 입찰 공고일 전후로 미래비엠과 아텍에너지 등 2개사를 들러리로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와이피이앤에스는 187억 6000만 원으로, 들러리 2사 중 아텍에너지는 199억 4000만원, 미래비엠은 221억 원으로 각각 투찰해 입찰가격 지표에서 자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해, 안전하게 낙찰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와이피이앤에스 직원이 아텍에너지의 입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글 투찰가격을 ‘금일백구십구억사천만원정’이 아닌 ‘금이백이십일억원정’으로 잘못 작성했는데, 이 금액이 미래비엠에게 전달했던 투찰가격과 동일했음에도, 이를 몰랐던 아텍에너지는 그 입찰서를 그대로 투찰해 담합의 흔적·증거가 남게 됐다.

그 결과, 이들 3개사가 합의한 대로 적격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와이피이앤에스가 2017년 3월 3일 낙찰자로 선정돼 187억 6000만원으로 동 아파트 보수공사 및 에너지절약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이들 3개사의 담합으로 인해 경쟁 입찰을 통해 계약금액 등을 정하고자 했던 동 아파트 입주민들의 의도가 무력화돼, 약 25년 간 모아둔 장기수선충당금 187억 6000만원이 보수공사·에너지절약사업 비용으로 쓰이게 되는 등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민생활 밀접분야 담합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고 경고하며 “향후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에서 입주민들이 장기간 동안 모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린 담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을 준비하려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이 같은 담합 관행을 참고해,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업체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신한진아파트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로서, 현재 4515세대에 1만5000 여 명의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 입찰과 관련해 검찰은 2019년 10월 24일 이들 3개사 전·현직 대표와 전직 아파트관리소장 등을 입찰방해죄 혐의로 기소해 현재 관련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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