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9000억 규모 '핀테크' 동맹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지난 17일 KT와 9000억원 규모의 '금융(Fin)·기술(Tech) 동맹'을 맺었다. 이들 회사는 장기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한은행이 KT의 주식 4375억원(약 5.46%) 규모를 취득하고, KT도 신한지주의 주식을 같은 규모인 4375억원(약 2.08%) 상당을 취득했다. 두 회사는 이번 동맹을 통해 공동 플랫폼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총 23개 사업에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은 업(業)을 뛰어넘는 영역의 신사업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등에서 신한은행이 추구하는 고객과 미래를 연결하는 디지털 컴퍼니를 가속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금융 인프라 전문 인력과 KT의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 TF를 조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에 금융을 결합한 미래 디지털 금융 융합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은행과 KT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신한은행 진옥동 은행장(왼쪽)이 KT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우선 신한은행은 자사의 금융 노하우와 KT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접목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융합서비스, 부동산 플랫폼, 공인전자문서 등 새로운 영역에서 다양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이들은 향후 대체불가능토큰(NF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제휴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공동 전략적투자(SI) 펀드 조성,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컴퍼니를 위한 DT도 함께 추진한다. 또 두 회사의 CX(Customer eXperience 고객의 경험)를 기반으로 통신·금융 융합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KT ‘잘나가게’ 플랫폼과 연계한 전략적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양사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과 통신을 융합해 소상공인을 위한 풀케어(Full Care)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센터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금융과 비금융의 업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갈수록 치열해진 디지털 금융환경에 맞서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빅테크 등 경쟁사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신한이 금융업이 아닌 비금융에 영역을 넓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배달앱 '땡겨요'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땡겨요는 '공공 배달앱'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율을 최대 강점이다.

기획단계부터 애정을 쏟아 개발한 진옥동 행장은 땡겨요를 통한 당장 눈앞에 수익 창출보다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얻은 데이터 활용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의 매출 흐름, 고객 주문 수, 패턴 등의 플랫폼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은행의 금융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플랫폼 참여자의 상생에 무게를 둔 공공배달앱의 성격이 크다"면서 "향후 플랫폼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과 비금융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