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4조원 규모 추경안 국회 제출...여야, 35조원 주장하며 정부 압박
정부 "돈 어디서 나오나?"...추경 증액 두고 정부와 정치권 힘겨루기 계속
전문가들, 나라 곳간 생각않는 표심 잡기 '포퓰리즘 추경'에 우려 목소리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회는 27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의 시작을 알렸다. 여야가 이날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여는데 최종 합의했고 또 정부가 국회에 14조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추경에 대한 물꼬가 트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14조원의 추경안을 두고 여야가 35조원으로 증액을 요구한 상황이여서 앞으로 진행될 임시국회 내내 정부와 여야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위해 '포퓰리즘' 추경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이번 추경은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추경에 담긴 지원방안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민생현장에 신속히 전달돼야 한다"면서 국회에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을 편성할 때와는 달리, 오미크론이라는 전파력이 더욱 강한 새로운 적이 나타났고, 그에 따라 방역에 소요되는 추가지원과 손실보상이 불가피해졌다"면서 "정부는 상황이 급박함에 따라 연초임에도 불구하고 긴급하게 추경을 편성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김부겸 국무총리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추가 경정예산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사진=공동취재사진

김 총리는 14조원의 추경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소상공인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 소요에 11조 5000억원을 편성해 소상공인들의 임대료와 인건비 등 지원에 현재 집행중인 100만원 이외에 업체당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병상 확보와 치료제 구입 등 방역 보강을 위해 1조 5000억원을,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방역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예비비 1조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추경 예산안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시급한 만큼, 정부는 우선 국채발행을 통해 대부분의 재원을 충당하고, 금년 4월 2021회계연도 결산이 끝나는대로 추가 세수를 활용하여 상환해나갈 예정"이라면서 "국채 발행 시기를 적절히 나누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4일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보강에 필수적이고 시급한 사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위한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의 급격한 확산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추가세수와 국채발행을 통한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정부의 14조 추경안이 부족하다면서 35조원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을 한달 여 앞두고 여야가 포퓰리즘식의 추경으로 표심 몰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김부겸 국무총리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추가 경정예산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사진=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은 전부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해 추경을 35조원 규모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세출 구조조정 없이 국채 발행으로 추경을 증액하고, 재원은 차기 정부에서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 총리는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을 요구하는 여야를 향해 “돈을 어디서 가져온대요?”라고 반문하면서 “대선 후보의 공약과 우리가 쓸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사이에서 대안을 마련해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대선 표심에 눈이 멀어 나라 곳간 비어 나가는 줄은 모르고 퍼주기 경쟁에만 몰두 하고 있다"면서 "무책임하고,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 추경'"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2월 확정된 올해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인 607조원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 지원 예산도 들어있다"면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대부분의 추경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올해 국가채무가 1075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빚은 정치인들이 갚는게 아니지 않나. 모두 국민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설 연휴 직후인 다음 달 3일부터 추경안 심사에 돌입한다. 상임위원회별 추경안 심사는 3일부터 8일까지 실시되고, 7일부터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도 이뤄진다. 추경안 본회의 처리 시점은 다음 달 8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서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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