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이어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결정도 영향
7월 참의원선거 승리할 경우 3~4년 다음 선거 없어 때 기다릴 가능성
호사카 교수 “‘친중 노선’ 온건 파벌 새 ‘고치회’ 결성된다면 변화 기대”
2월부터 다시 유료검사 전환, 아베파 영향 못지않게 오미크론 대응 변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정부가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최종 결정하면서 또다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 당초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이 문제에서 신중론을 제기했지만 최종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의 두차례 전화통화 이후 강행으로 결론 났다.
 
기시다 정권의 외교정책이 ‘아베 입김’으로 결정된 사례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천 이전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에 하야시 요시마사를 기용하고 자신의 색깔을 내려고 시도하지만 최종 정책 결정 때마다 아베파의 강경 기조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기시다 정권을 좌우하는 아베의 영향력은 최소한 오는 7월 참의원선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기시다 정권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보류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추천 강행으로 전환한 것도 선거를 앞두고 자칫 보수층 지지자의 표를 잃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호사카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최근 행보를 볼 때 7월 참의원선거까지 아베 전 총리와 밀착할 것으로 보이고, 이후 자신의 색깔을 내려고 시도할 수 있다”며 “참의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후 3~4년 안에 다음 선거가 없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 참의원선거 성패 여부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단호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었던 기시다 총리이지만 출범 직후 치러진 중의원선거에서 선방하자 자신의 색깔내기에 나섰다. 호사카 교수는 그가 특히 외무상에 하야시 요시마사를 기용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기시다 정권에서 결정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결정하면서 아베파와 달리 고민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해 집권 4개월째를 맞은 기시가 총리가 자신의 색깔내기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 폭등으로 인해 다소 주춤하는 현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50~6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정책 성과와 브리핑에서 성실하게 답변하는 등 자신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듣는 리더십’이 일본 국민들에게 어필했다는 평가가 있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7월 참의원선거를 의식한 듯 최근 다시 아베 전 총리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기시다 정권이 참의원선거에서 이기면 이후 3년 안에 다음 선거가 없다”면서 “기시다 총리로서는 이 선거까지 아베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그가 때를 기다리고 있다면 7월까지는 아베 전 총리와 밀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초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지지했다가 막바지에 지지율이 반등한 기시다 총리를 도왔다. 기시다 총리가 선거 초반 두각을 드러내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을 꺾을 수 있었던 배경에 아베 전 총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출신 성향을 볼 때 그가 참의원선거에서도 승리할 경우 좀 더 명확하게 자신의 색깔내기에 나설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호사카 교수는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은 원래 역사적으로 친중파 노선을 걸어온 온건파 파벌인 고치회 출신”이라며 “기시다 정권이 참의원선거에서 승리하고, 혹시라도 새로운 고치회가 만들어져서 힘을 얻는다면 기시다 파벌은 더 큰 권력을 가질 수 있다. 한일관계에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기시다 정권의 참의원선거 성패 여부는 아베파의 입김 못지않게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정부가 한시적으로 무증상자에게도 시행하던 무료검사를 2월부터 다시 유료검사로 전환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에서 유료검사를 받으려면 1인당 15만~18만원 정도의 상당히 비싼 금액을 내야 한다. 

호사카 교수는 “유료검사로 전환해서 확진자 수가 줄어들더라도 일본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게 될 것이고, 만약 무료검사를 지속하면 오미크론 여파로 10만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미크론 대처가 앞으로 지지율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도광산의 경우 일본 정부가 2월 1일까지 추천서를 제출하면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심사와 논의를 거쳐 내년에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논의 과정에서 한국 등의 강한 반대 등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일본정부는 앞서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 당시 반발에 부딪치자 스스로 ‘회원국의 반대가 있을 경우 등재 유보’라는 새 지침을 도입한 바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