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출신 전관예우 도장갑 3000만원"…솔로몬의 지혜 기대

   
▲ 성빈 변호사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상 여러 차례 사법파동이 있었다. 법관의 독립, 사법부의 민주화 등과 관련해 사법부 내부의 자정 목소리가 하부로부터 터져 나온 사건들이었다. 특히 법원 내부에서 법원 고위층 혹은 정치계의 결정에 항의하여 벌어진 항명사태로 1971년 이후 2009년까지 4차례의 사법파동이 있었다.

최근 대한변협 하창우 회장이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하고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하창우 회장의 이번 조치와 일련의 사태가 법원외부로부터 사법부 자정을 촉구하며 발생한 일종의 외생적 사법파동이라 생각한다. 소위 "하창우 사법파동"이라 명명하고 싶다. 그만큼 사법부 내외부적으로 논란을 자초한 사건이 돼버렸다.

문제의식은 틀리지 않았다. 전관예우 관행은 사법부 상층부로부터 서서히 개선되어 나가야 한다. 다만, 방식에 있어 개업신고를 반려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다소 무리했던 변협조치에 차 전 대법관이 괜한 희생양이 되는 것은 변협의 전관예우 근절이라는 대의를 손상시킬수 있으니 다시 한번 개업신고를 해올 경우 받아들이도록 하자. 재차 개업신고를 할지는 본인의 부담도 클 것이기에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퍼포먼스로 변협은 얻을 것을 다 얻었으므로 쓸데없는 몽니를 부려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복잡애매한 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법률적 제도개선안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수순을 밟아나가자. 변협도 개업신고 자체를 반려하는 것에 직업선택 자유가 일부 제한되는 측면이 있음을 인정할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면서 전관예우 방지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한 입법청원을 고려해 보자.

   
▲ 대한변호사협회. /사진=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 특히 문제삼고 있는 도장값 관행이 실제 사실이라면 그 행태는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을 수 없는 일이므로 일단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겐 대법원 사건 수임을 일정 기간 제한토록 하는 입법안을 청원해 보면 어떨까. 제한기간은 대법관 임기에 준하는 5-6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개업신고를 하지 않고도 변호사 활동을 얼마든지 할수 있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본질이 개업신고 수리 여부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대법관이라는 최고의 명예직을 거친 다음 이를 이용해 막대한 부까지 축적한다는 것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위화감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대기업 등기임원의 연봉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처럼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건수 및 수임료 총액을 매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안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퇴임후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 항목을 필수적으로 넣어 후보자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 양심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여길 수 있으나, 이를 인사청문 통과의 필수조건으로만 하지 않으면 된다. 소위 ‘하창우 사법파동’을 기점으로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여부는 국민들의 알권리 대상이 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전관포기 서약서'를 받도록 국회를 종용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하창우의 대한변협은 법치를 스스로 무너뜨려 가면서까지 전관예우 근절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해선 안된다. 그간의 조치가 법치를 건드렸다는 비판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업신고 반려조치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떠들기 좋은 파퓰리즘이라는 오명으로 하창우 변협회장의 선의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루빨리 법치적 제도개선안을 내놓아 작금의 ‘하창우 사법파동’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성빈 변호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범죄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