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 자사주 매입…정몽규 회장 지배력 강화보다는 주가 방어·신뢰 회복 노력
[미디어펜=이동은 기자]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로 HDC그룹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 방어와 주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광주 사고 이후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3일까지 약 80억원 규모의 HDC 주식 총 105만 2781주를 매수했다. 

주식 매수 자금은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정 회장으로부터 자산취득의 용도로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총 88억원을 차입했다.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월17일 서울 용산 HDC 본사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와 관련 피해 보상과 함께 회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HDC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HDC의 최대주주는 앞으로도 회사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HDC그룹에 속해 있는 상장사는 △지주회사 HDC △종합건설기업 HDC현대산업개발 △공간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기업 HDC랩스 △플라스틱 재료 전문 기업 HDC현대EP 등 총 4곳이다. 

모두 광주 사고 이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고가 터지기 전날인 지난달 10일 종가 기준 각사의 주가는 HDC 1만 600원, HDC현대산업개발 2만 5800원, HDC랩스 1만 2150원, HDC현대EP 5820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종가 기준 주가는 HDC 7110원, HDC현대산업개발 1만 4600원, HDC랩스 9670원, HDC현대EP 4720원이다. HDC는 32.9%, HDC현대산업개발은 43.4%, HDC랩스는 20.4%, HDC현대EP는 18.9% 떨어진 셈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 127만 7513주를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11.67%에서 9.73%로 줄었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월17일 서울 용산 HDC 본사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와 관련 피해 보상과 함께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HDC그룹은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사고 이후 엠엔큐투자파트너스 뿐만 아니라 HDC는 HDC현대산업개발 주식 100만 3407주를 매수했으며, HDC랩스는 자사주 117만주를 100억원 한도 내에서 사들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주가가 낮아진 틈을 타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왔다. 

계열사 지분 매입으로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HDC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2.53%에서 4.63%, HDC의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40%에서 41.52%로 늘었기 때문이다. HDC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몽규 회장→HDC→HDC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HDC그룹의 자사주 매입 행보는 정 회장이 지배력 강화보다는 최대주주의 역할을 다하고 신뢰와 이미지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해 9월말 기준 HDC 지분 33.68%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인 지배력 강화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 2월 4일 기준 HDC그룹 지배구조./사진=미디어펜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경영자로는 물러나지만,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는 등 대주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을 하는 동시에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서면서 최대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사고 발생으로 HDC그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안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지배력 강화보다는 최대주주로서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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