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혜 인턴기자]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90년대 남학생들의 책갈피 스타였던 김희선은 왜 ‘앵그리맘’이 됐을까.

18일 첫 선을 보인 MBC '앵그리맘‘의 주제는 학교폭력에 분노한 엄마의 복수다. 소위 좀 놀았던(?) 학창시절을 청산하고 오로지 딸이 전부인 조강자(김희선)는 우연히 딸인 오아란(김유정)의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가해자를 찾아내기에 배후가 너무 무겁고 깊었다. 재단과 재단의 주요인물까지 얽혀 아란과 이경(윤예주)을 압박했다.

설상가상 법원과 경찰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강자에게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도리어 성을 냈다. 담임은 차라리 전학을 가라고 강자를 회유했다. 법도 선생도 학교폭력을 당한 딸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실에 회의감과 절망을 느낀 강자는 직접 학교로 들어가 아란을 괴롭힌 이들을 찾아내고 이경과 얽힌 재단의 비리를 파헤친다.

   
 

‘앵그리맘’의 흐름을 통쾌한 동시에 씁쓸하다. 엄마가 학교에 위장 잠입해야 할 만큼 우리 학교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총 410만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고작 1.2%, 즉 4만8000명에 불과했다. 2014년 초 실시한 실태조사 때보다 0.2% 감소한 추세였다.

그러나 실제 학교폭력 건수는 늘었다. 2014년 상반기 학교폭력은 전국 1만662건으로 전년도보다 9713건이 더 증가했다. 가해학생 수 역시 1만6690명에서 1만6765명으로 0.4% 증가했다. 반면 피해학생수는 1만6452명에서 1만5107명으로 8.2% 줄었다. 가해자는 늘어났는데 피해자는 줄었다. 즉 아란이처럼 아이들은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법 역시 교묘해졌다. 학교폭력 유형에 감금이 50.7%, 사이버폭력이 32.8%로 급증했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핸드폰을 뒤져보지 않으면 부모는 알 수가 없는 셈이다.

학교폭력 피해 장소도 학교 밖(32.1%)보다 학교 안(67.9%)의 비율이 2배가량 높았다. 모든 것은 학교 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 MBC '앵그리맘' 1회 캡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앵그리맘’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폭력은 더 음지로 숨어들어 교묘해지고 악랄해졌다.

‘학교폭력’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택한 만큼 ‘앵그리맘’은 비판과 호평 사이에 있다. 이경의 죽음 이후 조강자라 학교를 향해 던질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울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고작 3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두사부일체’의 폭력은 아닐지라도 ‘앵그리맘’이 맞아도 싼 사람들의 뒤통수를 한방 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