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 공급망 구축, 지방도시 육성 통한 산업 허브화 '관건'
“한국은 가장 강력한 미국 협력 국가... 디지털 협력 중요해”
글로벌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면서 공급망 구축이 산업을 비롯한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중국 무역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인한 수요·공급의 불균형 속에서 한국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새롭게 출범하게 될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과 관련, 글로벌 공급망(GVC) 구축, 대기업-중소기업간 협력, 지방자치단체 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등의 주요 이슈를 점검하고 해법을 다뤄본다.[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글로벌가치사슬(GVC) 구축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히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인센티브 및 투자 등을 통한 지방도시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10일 온라인으로 ‘대전환 시대, 탄력적 GVC 구축’ 해외연사 초청 세미나를 개최하고,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 개리 제레피 듀크대학교 GVC센터장이 10일 화상을 통해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지방도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Zoom 갈무리


이날 강연을 맡은 글로벌가치사슬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 개리 제레피(Gary Gereffi) 글로벌가치사슬센터장은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펜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소기업과 중소도시는 산업과 공급망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세계 엔지니어링의 보고로 불리우는 보스턴을 비롯해 텍사스주 오스틴 등 중소도시가 산업의 허브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인센티브 투자 등을 통해 공략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언했다.

제레피 교수는 “네바다주는 미국에서 리튬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이나, 네바다주는 리튬을 처리할 역량이 없다”며 “반도체와 전기차 등 미래 산업 전반에 필요한 이러한 주요 원자재 처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미국에서도 다양한 논의와 입법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가치사슬 보강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지난해 한국은 중국의 수출제한조치로 인해 ‘요소수 대란’을 겪은 바 있다”면서 “한국의 가치사슬 탄력성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냐”고 물었다.

제레피 교수는 “미국 역시 현재 반도체, 바이오 등 여러 산업에 대해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분산된 공급망 구축, 즉 다변화가 핵심이며, 미국은 현재 공급망조기경보 시스템을 적용해 활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하드웨어가 강점인데 소프트웨어가 약한 점이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삼성과 같은 탄탄한 기업이 구글과 파트너쉽을 체결하는 등 양국간 다양한 제휴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한국을 가장 강력한 협력 국가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이 가야할 길은 양적 성장이 아닌 인공지능(AI), 5G 등 디지털 측면에서의 질적 성장이며, 이는 향후 미국과 다각도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지금 세계 공급망은 마치 ‘3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양상이 되가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펜데믹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여러 국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레피 교수는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를 비교해보면 미국은 현재 큰 전환기를 보이고 있다”며 “미중 무역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정치적 재조정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치적인 갈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교란되서는 안된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을 비롯한 핵심국가들의 협력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하며,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러국가들과 미국의 협력체계는 낙관적으로 보여진다”고 답했다.

   
▲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코엑스에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유정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과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업종별 협·단체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GVC) 분석센터’ 출범식을 개최했다.사진=산업부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인 9일. 산업 관련 국내·외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공급망 관련 이상징후 발견 시 신속 대응 역할을 하게 될 국가조기경보시스템(EWS) 운용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를 출범했다. 

출범식에서 문승욱 산업부장관은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를 중심으로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완화에 만전을 다할 뿐 아니라, 소부장법 개정을 통해 센터를 법정 기관으로 지정해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