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직후 청와대와 민주당의 거센 반발...친문 결집 효과까지
정치권 "통합 아닌 분열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목소리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7일 앞두고 등장한 '적폐청산'이라는 네 글자가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현 정부 '적폐 청산' 수사 발언이 정치권에 거센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 발언이 전해진 지난 9일 청와대는 즉각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며 항의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보복 선언"이라며 윤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과 관련해 통합을 강조해야 할 대선 후보가 당선 전부터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공개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질문에 “할 거다”라며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8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윤 후보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즉각 “아무리 선거이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매우 부적절하고 매우 불쾌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도 "정치보복과 검찰공화국 야욕을 드러냈다"며 맹공을 가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게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며 "보복 프레임으로 하게 되면 내가 한 건 정당한 적폐 처리이고 남이 하는 건 보복이고 (이렇게 되는데) 그런 프레임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의 해명에도 민주당은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박찬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10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어떤 대선 후보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정치보복을 공언했느냐"고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후보가 꿈꾸는 나라의 청사진이 드러났다"며 "검찰 출신 대선 후보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복 수사를 공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도 윤 후보 발언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라며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나서 윤 후보 발언을 문제삼자, 국민의힘은 "부당한 선거 개입"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 원칙을 밝힌 윤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이 윤 후보 발언 취지를 곡해해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 들더니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세하는 것인가"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입장과 관련해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굉장히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그런 어떤 것에 대한 발언을 굉장히 발끈하면서 받아들이는 그런 모양새가 오히려 좀 의아하기도 하다"면서 "청와대는 선거 개입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앞으로 정치에 대한 전반적 개입을 대선까지 중지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윤 후보 발언을 두고 정치권은 하루종일 '적폐청산', '정치보복'이라는 날 선 단어들로 시끄러웠다. 일각에서는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서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발언이 불법과 비리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라고 보여지긴 하는데, 후폭풍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접근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이 특정 후보에게 분노를 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건 대선 개입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윤 후보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미숙한 지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집권하면 '적폐청산' 하겠다고 하는 순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친문 세력들까지 모두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발언은 아주 바보 같은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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