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스타 윤성빈(강원도청)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아이언맨 헬멧'을 쓰지 못하고 뛰었다. 그 때문일까, 윤성빈은 부진했다. 윤성빈은 왜 아이언맨 헬멧을 쓰지 못했을까?

윤성빈은 10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1·2차 시기에 출전, 합계 기록 2분02초22를 기록했다. 참가 선수 25명 가운데 12위에 그쳤다.

2018 평창 대회에서 한국 올림픽 사상 썰매 종목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던 윤성빈이기에 이날 성적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최근 컨디션도 좋지 않았던 윤성빈이어서 성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로 나타났다.

   
▲ 아이언맨 헬맷을 착용하고 공식 연습을 할 때의 윤성빈(위)과 검은색 헬맷을 쓰고 경기에 나선 윤성빈. /사진=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SNS, KBS 중계화면 캡처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윤성빈이 이날 아이언맨 헬멧 대신 검은색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섰다. 평창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했을 때도, 베이징올림픽 공식 연습 때도 착용했던 아이언맨 헬맷을 본 게임에서는 쓰지 못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IOC는 올림픽과 관련 없는 상표나 로고, 회사 디자인 등 상징적인 표식이 경기장에서 노출되는 것을 금지한다. 윤성빈의 아이언맨 헬멧이 이 부분에 저촉돼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윤성빈은 평창 올림픽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아이언맨'이 됐다. 그 때는 이런 규정이 없었던 걸까.

당시에도 같은 규정은 있었지만, 한국에서 개최한 대회여서 자국 선수에게 규정 적용을 엄하게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앞두고 헬맷 관련 제재를 받은 윤성빈은 대표팀에서 준비해둔 여분의 검은색 헬맷을 쓰고 출전해야 했다.

윤성빈은 이날 경기 후 "쓰던 것을 못 쓴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8년만에 아이언맨 헬멧을 못 썼다.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지만, 루틴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평소 장착하던 장비 대신 다른 장비를 사용하라고 하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날 윤성빈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면 마치 영화 '아이언맨'의 아이언맨이 마스크 없이 빌런들과 싸우러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윤성빈은 11일 열리는 3·4차 시기에 나서 순위 상승을 노려야 한다. '아이언맨 헬맷'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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