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이 잭팟을 터트렸다. 개봉 3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저만치 따돌렸다. 당분간 따라잡을 적수가 없다.

‘스물’의 흥행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20대 남자 배우들 중 가장 핫하다는 김우빈과 강하늘에 2PM 준호까지 확실히 눈이 반짝 만큼 끌리는 캐스팅으로 개봉 전 눈길잡기에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블록버스터 ‘킹스맨’의 하락세, ‘채피’의 흥행 실패와 롱런을 기대했던 ‘살인의뢰’의 반짝흥행도 ‘스물’의 독주를 뒷받침했다. 청춘영화가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건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일이다.

   
▲ 영화 '스물' 스틸컷

적절한 시기와 주목받는 캐스팅 외에도 ‘스물’에는 핵심적인 흥행 코드가 하나 숨어있다. ‘청춘’이다. 작품은 현실 속 청년들의 삶을 최대한 가까이 그리면서 이들의 고민을 공유한다. 누구도 입 밖으로 쉽사리 꺼낼 수 없는 고민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방황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아침에 일어나 찬물을 한사발 들이킨 듯 속이 다 시원해진다.

아무것도 안하는 잉여인데 인기는 많은 놈, 만화가가 꿈인 재수생, 공부만 해서 목표도 대기업 입사인 놈까지 ‘스물’의 주인공은 지금 20대와 꼭 닮았다. 때문에 이들의 생각, 고민, 행동은 자연스럽게 공감을 산다.

공감은 이면에 막막함을 남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또 해야하는지 모르는 청춘들을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로 짓밟는 세상에 함께 분노하고 아프다. 꿈 없이 공부만 하던 이들이 대학 입학 후 다음 단계로 ‘대기업 입사’라는 미션이 주어지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오늘날 청춘의 모습에 주인공들은 온몸으로 맞선다.

‘역주행’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위플래시’도 이와 유사하다. 잠재력만 가진 학생의 천재성을 끌어올리는 선생님과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학생, 이들이 꿈의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호흡은 이시대 청춘이 원하는 ‘꿈’ 그리고 이를 이뤄가는 이상적인 과정과도 닮아있다.

   
▲ 영화 '스물' 스틸컷

이시대 청춘은 ‘아프니까 환자’다. 등록금에 자취방 월세, 식비, 교통비, 책값…. 아르바이트로도 부족하고,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하기도 죄송스럽다. 아무리 뭔가를 열심히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다. 3포, 7포, 다(多)포 세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청춘들은 일종의 탈출구로 극장을 찾는다. 이들의 오늘은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우리의 치부이자, 이들의 성공은 현실에 대한 반항이다. 극장을 나서면 답 없는 현실에 다시 마주칠 수밖에 없지만, 단 두시간 만이라도 지금의 나를 잊을 수 있다는건 조금이라도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아닐까.

오늘날 청춘의 해방구는 어디인가, 내일을 위해 오늘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스물’의 흥행은 갑갑해져만 가는 오늘날의 젊음을 더욱 안쓰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