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기여도 상승…올해 실적은 ‘흐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작년 실적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영향력도 함께 커졌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순이익 측면에서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성과를 올리며 그룹 내 이익 기여도를 높였다. 단, 올해의 경우 작년과는 다른 양상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작년 실적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영향력도 함께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업계가 대‧소형사를 막론하고 기록적인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큰 틀에서 원인은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히려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확대됐고,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그런데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약진에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숨어 있다. 모든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이외의 ‘비은행 계열사 비중 확대’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서 증권사가 모회사의 목표에 부합하는 성과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적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신한금융 산하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였다. 신한금투는 작년 연간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배 넘게(107.3%) 증가한 3208억원을 시현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이익 기여도 역시 지난 2020년 5%에서 작년 8%로 3%포인트 상승했다. 여전히 전체로 보면 갈 길이 멀지만 작년 대비로는 기록적인 성과를 낸 셈이다.

신한금투의 호실적은 질적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반기 들어 주식 거래대금 감소세가 이어지며 증권수탁 수수료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IB 관련 수수료가 증가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증권사들이 과도한 브로커리지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간 실적을 발표한 곳 중에서 금융지주 내 순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금융투자로 기여 비중은 14%에 달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작년 5066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순이익을 거두며 지주사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는 전년 대비 전년 대비 23.3% 증가한 것이다. 

단, 은행 등 타 자회사의 실적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는 전년보다 2%포인트 가량 줄었다. 질적 측면에서도 국내외 대체투자, 인수금융 등 IB사업부의 성과가 좋았다.

한편 KB증권은 작년 순이익 594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9.6% 증가했으며 그룹 내 이익 기여도도 13%로 1%포인트 올라갔다. 대형 기업공개(IPO) 딜 확대로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KB증권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대표주관을 맡는 등 신규상장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올해 실적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NH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2% 증가한 1조3167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증권업계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이는 올해 실적이 하락세를 그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대금 감소에 금리인상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도 작년과 같은 호실적을 재현하기엔 어렵다는 전망 속에서 각자의 강점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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