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선후보 적폐수사 발언에 現대통령 분노 사과 요구 파문
尹, “文과 같은 생각” 사과에 선 긋기…“선거 개입” 공격도
‘노무현 트라우마’ 자극 유·불리 셈범 “억울한 약자가 유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강력히 분노한다. 사과하라.”
“야당 후보 공격하는 불법 선거 개입이다.”

대통령선거 기간 현직 대통령이 제1 야당 대선후보에 대해 강력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한 전례 없는 일이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현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발언 보도 다음날인 10일 문 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수사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밝힌 것으로 문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재직할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못 본 척 했나.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하겠다는 것인가 답하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에 대해 같은 날 언론에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는 사정을 강조한 문 대통령과 생각이 같다.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청와대의 요구에 정치보복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요구한 사과에 응하지 않자 청와대는 11일 다음 대응을 고심하는 눈치이다. 박수현 수석이 이날 계획한 라디오 인터뷰를 취소했다는 말도 들린다. 일단 청와대는 전선 확대를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불법 선거개입” “적반하장”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7.25./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이번 분노는 적폐 대상으로 언급된 것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거나 탄핵된 전직 대통령들과 동급으로 거론된 것에 대한 분노이며, 검찰수사 끝에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릴 때 자제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지 궁금하다. 사실 현 정부 초기 적폐수사를 이끌었던 장본인으로서 실언한 것이란 관측이 있다. 그 수사를 비판했던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좀처럼 꺼내기 힘든 발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노무현 트라우마’를 느끼는 국민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으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올 수도있다.   
 
반면, 지지율 증가세가 주춤하는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맞붙어서 정권교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지지율 40%대를 유지하면서 레임덕도 없는 문 대통령에 대항함으로써 ‘지지율 박스권’ 탈출을 시도하려 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이 실언인지 전략인지 알 수 없으나 검찰발 기획사정 예고로 해석되면서 자연스럽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됐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분노까지 더해지면서 중도층을 자극한 측면은 충분히 있어보인다. 이 때문에 유불리 계산을 마친 윤 후보가 추가 공세를 멈췄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청와대도 확전을 자제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계속 윤 후보를 공격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그 존재감이 작아지고, 지난 ‘추미애 대 윤석열’ 현상이 부각될 수 있어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억울한 약자로 남아 있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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