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쓰레기 산에서 부활한 아름다운 섬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될 정도로,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뜻이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서울 난지도(蘭芝島)가 겪은 변화도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한강의 북쪽 연안에 발달한 범람원인 난지도는 마포구 상암동에 속한다. 옛날에는 난초와 영지버섯이 자라던 섬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오리가 물에 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오리섬또는 압도(鴨島)라고도 불렸다.

그만큼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런데 1977년 제방이 만들어진 후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되면서, 난지도는 각종 생활쓰레기들이 쌓인 95m에 달하는 거대 쓰레기 산 2개가 점령한 쓰레기 섬이 되고 말았다.

마침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1993년 쓰레기 반입이 중단되고 생태안정화 작업을 거쳐, 19932월 생태공원(生態公園)으로 탈바꿈한다. 거대한 쓰레기 산들이 하늘공원’, ‘노을공원등 멋진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바뀌어, 시민들 곁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름다운 섬의 기적적인 부활이다.

그리고 2002, 이 곳 상암(上岩) 벌은 또 다른 기적의 현장이 된다. ‘·일 월드컵’ 4강 신화의 현장이 바로 이 곳이다.

오늘은 이 상전벽해와 기적의 현장을 걸어본다.

   
▲ 하늘공원/사진=미디어펜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옆에 거대한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웅자를 드러낸다. 지금도 대한민국(大韓民國)을 외치는 관중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바로 옆에는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있는데, 국내 최초 에너지자립 공공건축물로, 서울시 신재생에너지의 선언적인 랜드마크. 미래 에너지 자립형 건축의 모델을 제시하고, 에너지 자립도시의 꿈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다.

그 오른쪽을 흐르는 불광천(佛光川)을 조금 따라가다가, 경기장을 우측에 끼고 돌아간다.

마포농수산물시장 사이 도로를 지나 왼편 주차장을 지나면, 작은 실개천이 있다. 바로 매봉산과 난지도 사이를 흐르는 난지천(蘭芝川)이다.

그 건너에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멋진 아치형 다리가 있고, 그 너머로 높은 언덕이 불쑥 솟았다. 바로 하늘공원이다.

하지만 공원에 가려면, 먼저 지그재그로 이어진 291개 데크 계단을 올라야 한다. 만만치 않은 높이지만, 다 오르면 말 그대로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경치가 펼쳐진다.

월드컵공원 주변일대는 물론, 마포의 빌딩 숲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성산대교가 눈앞에 있다.

잠시 눈 호강을 하며 쉬다가, 왼쪽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길 옆 목책(木柵)‘PRAXAIR FOREST GO GREEN! 우리의 참여가 푸른 지구를 지킵니다라 쓰인 판자가 걸려있다. 참여로 지구도 지키고, 걸으며 우리 건강도 지켜야 한다.

오른쪽 매봉산아래, 태극기가 펄럭이는 건물이 돋보인다. 박정희대통령기념관(朴正熙大統領記念館)이다.

반대편이 본격적인 공원 입구다. ‘하늘공원이란 돌비석이 반갑다.

안내소를 지나 공원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가을 억새 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그러나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들이 모이지 않도록 억새를 거의 다 베어버렸다. 이 추운 계절답게 황량하지만, 그 풍경도 아름답다.

그 너머로, 풍력발전기(風力發電機)들이 한가롭게 돌아간다.

공원 한 가운데, 밥그릇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이름도 하늘을 담는 그릇이다. 나선형 길을 따라 정상부로 올라가면, 하늘공원 전체는 물론 한강도 손에 잡힐 듯하다.

한 쪽에는 억새가 조금 남아있다. 텅 빈 석조(石槽. 돌그릇) 2개가 정겹다.

   
▲ 하늘공원에서 본 한강/사진=미디어펜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공원 밑으로 내려가 우회전하니, 또 다른 멋진 경관이 펼쳐진다. 하늘공원과 강변도로 사이 메타세콰이어 길이다.

곧게 이어진 흙길 가운데,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두 줄로 길게 정렬했다.

나무들과, 자연과 같이 호흡하면서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걷다 보면, 어느 새 하늘공원 끝이다. 오른쪽에 공원 밑 쓰레기더미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가 보인다.

이젠 한강변으로 내려섰다. 난지한강공원(蘭芝漢江公園)이다.

반대방향으로 한강변을 걷는다. 추운 날씨에, 강물은 시리도록 푸르다. 강변 바지선에 요트·보트 조종면허시험장 겸 교육장이 있고, 그 옆 육상에는 멋진 요트 한 척이 올려 있다.

그 너머로, 월드컵대교가 강을 가로지른다.

대교 밑에 다시 강변북로(江邊北路)를 횡단,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하늘공원과 마포농수산물시장 사이 평화의 공원으로 들어섰다. 길목에 돌하루방’ 2개가 손님들을 맞아준다.

제법 넓은 호수가 보인다. 난지천 물이 흘러드는 난지연못이다. 연못가는 얼어붙어, 사람들이 빙판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연못가에는 하늘공원에서 베어낸 억새로 만든 조형물들이 있다. 임인년(壬寅年)을 맞은 엄마와 아기호랑이들이라는데, 얼핏 보면 고양이 혹은 다람쥐 같기도 한 게 귀엽다.

그 앞에 ‘HOPE 2022’ 글자 형상을 만들어놓았다. 아직 정초(正初).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월드컵경기장 역으로 돌아와, 오늘의 발걸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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