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등록 첫날 '여론조사 방식' '국민경선' 방식 단일화 전격 제안
후보간 단일화 주장했던 윤, "긍정적으로 평가…방식은 아쉬워" 난색
단일화 협상 두고 양측 기싸움 치열...단일화 되든 안되든 대선판 요동 칠 듯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야권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그동안 대선 완주 의지를 보였던 안 후보가 제20대 대선 후보 등록 첫날 '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먼저 띄운 것은 향후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대선 정국을 집어 삼키면서 정치권은 그야 말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안철수 대 윤석열 두 후보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선 판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유튜브 기자회견을 통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며 "차기 정부 국정비전과 혁신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자"고 밝혔다. 

안 후보는 특히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치렀던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윤 후보가 제안한 '10분 회동'에 선을 그으면서 앞으로 이어질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사진=공동취재사진

앞서 지난 4일 윤 후보는 "단일화를 한다면 둘 사이에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윤 후보는 즉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그 방식을 두고는 "고민해 보겠지만 좀 아쉬운 점도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윤 후보는 기자들이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두 후보는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예상되는 투표 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 이나 사전 투표가 시작되는 다음 달 4일까지도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이 '역선택' 우려가 있다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가 '국민경선'이라 지칭해 제안한 방식은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2개의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두 후보에 대한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이를 합산해 단일 후보를 결정했다. 또, 무선전화 100% 면접조사 방식에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았다. 이 같은 여론조사 방식이 진행될 경우 여권 지지층이 전략적으로 안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안 후보의 제안에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대여섯 배씩 차이 나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며 "다른 룰에 의한 단일화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안 후보가 지금 상황을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가 안 후보 측에서 출마를 포기하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는 방식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본인이 완주를 이야기하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입장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경선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지 않고 책임총리나 공동정부 등을 통해 안 후보에게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전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조만간 회동을 통해 단일화 문제를 매듭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야권 관계자는 14일 본보와의 취재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 경선을 후보 등록을 완료한 지금에 와서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본다"면서 "안 후보가 먼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단일화'를 제안하고 나왔으니 방식을 떠나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윤 후보와 안 후보 두 사람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단일화 조건이 과거의 조건보다 더 까다롭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번 오세훈 시장과 했던 방식대로 하자는 건데 윤 후보는 그조차도 싫다고 하는데 윤 후보도 절충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역 선택 주장과 관련해서는 "절충안 찾기는 과거 단일화 협상보다 어려운 게 아니다. 여론조사 방법 문구 등 기술적 문제들만 얘기하면 되는 것"이라며 "단일화를 하면 분위기는 윤석열 후보가 됐든 안철수 후보가 됐든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윤 후보가 내가 원하는 것만 하겠다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당연히 절충점을 찾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예상되는 투표 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이나 사전 투표가 시작되는 다음 달 4일 까지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윤석열 대 안철수 두 후보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대선 판은 판세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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