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언제, 어떻게 죽었다는 말도 나올만한데 얘기가 전혀 없었어요” “(누군가) 막 쳐 넣어가지고 (내가) 막 기어 나오려고 하면 노 같은 막대기로 마구 눌러버렸습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어린 영혼들의 '한맺힌 절규'…비극의 시작은? /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28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국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전시 비상상황이라는 이른 아래 숨겨진 우리 부모들의 가슴아픈 과거의 역사가 조명된다.

아버지를 잃은 8살 소년, 어머니를 돕겠다던 신문팔이 소년, 한곳에서 동시다발 증발해 버린 소년들,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당시 8살 소년의 기억은 말그대로 악몽이었다. 지난 1955년 당시 8살이었던 심한운 군은 강원도 고성 화진포에 위치한 육군첩보부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공작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는 그의 유일한 목적이 됐다.

어린 소년의 한 가닥 기대는 단번에 실망으로 변했다. 부대는 그의 아버지가 북파됐다는 말을 남기며 급기야 그의 발목을 묶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단 하나 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년을 기다린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를 기다린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생존게임과 다르지 않았다.

생사가 넘나드는 잔혹한 훈련을 강요당한 소년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어두운 밤 산 속에 홀로 남겨지는가 하면, 살기 위해 살아 있는 야생뱀을 먹어야했다. 소년은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며 속삭인다. “도대체 왜 내가 그곳에서 끔찍한 생활을 해야 했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왜 나를 그런 악몽의 도가니에 가뒀는가.”

1951년 당시 14살이었던 이대식 군은 서울에서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신문을 팔던 신문팔이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흔적없이 실종됐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시간은 흘러 60여년이 지난 어느날, 아들을 잃은 노모에게 한 통의 서신이 전해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들의 전사확인서였다. 서신엔 아들이 행방불명 된지 1년만인 1952년 7월 29일 육군첩보부대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1951년 15살이던 임백운 씨. 그는 피난길 중공군에게 발목을 잡혀 북한 한 수용소에서 감금생활을 당했다. 그런데 임백운 씨는 그곳 수용소에서 이대식 군으로 추정되는 한 신문팔이소년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 놀아움을 줬다. 신문팔이소년은 어떻게 북한에서 목격됐으며, 이후 왜 전사자로 분류됐을까.

임백운 씨는 이후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기에 이른다. 바로 북한 수용소에 다수의 ‘소년공작원’이 활동했다는 것. 이들은 모두 1951년 6월 파주시 탄현면에서 동시 행방불명된 소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일 알고 싶다> 제작진은 1950년 한국전쟁이 시작된 이후 공작원훈련을 받거나 실제로 북파됐던 만 18세 이하 ‘소년공작원’의 실체를 낱낱히 파헤친다. ‘그들은 정말 총알이 빗발치는 적지에 침투된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