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27일 이태임과 예원의 이른바 ‘욕설 동영상’을 접하고 한동안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찌 수습해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건 이후 일방적으로 욕설의 당사자인 이태임을 몰아붙여왔기에 동영상 속 팩트는 충격적이었다.

이태임과 예원의 욕설사건은 동영상 이전까지 알려진 바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태임이 먼저 욕설을 내뱉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후관계를 고려하면 그녀의 흥분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가해져야 할 비판이 이태임에게 몰렸던 셈이다. 심지어 언론은 ‘분노조절장애’라는 심리학 용어까지 대입해 그녀를 비난했다.

   
▲ 욕설논란을 빚은 이태임(좌)과 예원(우) / 사진=MBC '동갑내기 과외하기 캡처, 유튜브 영상

동영상에서 보인 예원의 행동은 문제가 있었다. “안녕?”하며 인사하는 선배에게 먼저 반말을 했다. “언니 저 싫죠?”라는 말은 결정적이었다. 이태임의 욕설은 분명하게 들렸으나 강도는 알려진 것보다 약했다. 반면 이태임이 떠난 후 예원이 혼잣말로 욕설하는 장면까지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순식간에 비난의 화살은 예원에게로 몰렸다. 그동안의 응원은 비난으로 돌아섰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중인 예원의 하차를 요구했다. 제작진은 프로야구 개막전을 이유로 들어 예원의 방송분을 덜어냈다. 시청률은 3.9%(닐슨코리아)까지 떨어졌다.

일반인이었다면 업무 후 따로 만나 싸움을 하든 소주한잔을 하든 서로 사과하며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순간적인 오해가 일을 키웠다. 그러나 연예인이라는 신분은 끝내 발목을 잡았다. ‘누가 잘못했는가’에 대한 판결은 그들도, 현장 관계자도 아닌 언론과 네티즌이 내렸다.

이태임과 예원의 욕설논란은 연예계 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촬영 중 욕설을 주고받았고, 이 장면이 공개된 사례는 전무후무했다. 이처럼 좋은 먹잇감을 언론이 놓칠 리가 없었다.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고, 찌라시를 그대로 받아쓰는 매체도 있었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이를 취재해 내보내기도 했다.

사실확인 후 기사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러면 너무 늦어버린다. 속보경쟁, 선정성 경쟁이 보편화된 연예매체 시장에서 ‘자세하고 느린’ 이야기는 주목받을 수 없다. 때문에 주로 ‘관계자(?)’에 의해 확인된 추측성 첫 기사를 받아쓴다. 조회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 사건 이후 이태임은 SBS 주말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에서 하차했다. / 사진=SBS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언론의 황색화는 절정에 다다랐다. 피를 보고야 마는 ‘레드 저널리즘’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어떤 인물이든 이슈로 떠오르면 과거사까지 탈탈 털어 검색어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려먹는다.

한 중견배우는 사석에서 ‘칼보다 펜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빌어 “키보드가 죽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요즘 논란은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것 같다”며 “기사와 악플 때문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계속 생겨도 도무지 멈출줄 모른다”고 말한적 있다. 대중앞에 서는 것이 직업인 수많은 후배들이 뜻하지 않게 세상을 저버린데 대한 울분이었다.

연예부 기자에게 조회수는 마약과도 같다. 처음에는 양심을 택할지라도 점차 제목 한 마디, 기사 내용만 약간 비틀면 수십배 늘어나는 조회수를 보고 있자면 마치 도박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생해 취재한 기사보다 단순 가십거리를 재탕한 기사의 조회수가 수십배 높다면 결과적으로 가십기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온라인이슈팀이 만들어지고, 스타의 SNS 내용이 기사화되고, 논란은 주제를 벗어나 과거 이야기들까지 들춰낸다. 이제 어떤 스타든지 이슈로 떠오르면 수십년전 실수까지 기사로 되풀이되는 세상이 됐다. 업계에서는 ‘책임감 있는 보도, 현명한 의식’을 주구장창 외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여기까지 왔다.

이번 사건은 예원도, 이태임도, 제작진도 사과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추측과 불확실한 기사들을 쏟아내 대중의 판단을 흐린 언론도 독자들에 사과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극적으로 변질되는 환경에 이미 적응해버린 기자로서 뼈아픈 책임을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