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곡물 가격 급등 우려...내수 소비, 경상수지도 타격 불가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국 우크라이나(이하 우크라) 동부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의 투입을 결정, 전쟁 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에다 물가 불안,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에너지 및 곡물 가격 급등 우려가 더 커지게 됐다.

   
▲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국제유가가 더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유전지대/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22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및 우크라와 우리 경제의 직접적 관련성은 적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러시아 수출은 전체의 1.5%, 수입은 2.8%이며 우크라는 각각 0.1%에 불과하고, 우리 금융기관의 양국에 대한 익스포저는 0.4% 수준이다.

그러나 원유 등 광물성 연료의 전체 수입액 중 러시아의 비중은 10%로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호주에 이어 4번째인, 만만치 않은 규모다.

2021년 우크라에서 수입된 곡물사료 중 소맥(밀)은 약 29만톤이며, 옥수수는 약 12만톤 정도다.

더욱이 국제유가 등 글로벌 에너지 및 곡물가격에 미치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물가 및 무역수지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우리 수입액이 1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1.1%포인트 높아지며, 경상수지 적자는 305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정유업종은 원가상승률이 23.5%에 달하고 철강, 화학, 선박, 자동차, 건설, 해운 및 항공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불안이 가중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더 빨라질 가능성도 높다.

외신들은 미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폭이 0.50%포인트가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고, 2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금리를 올릴 공산도 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21일 보고서에서,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는 동결하고 올해 물가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금리 동결 예상의 전제인 추가경정안 '처리 지연'이 '여야 합의 통과'로 바뀐 상황인 데다 러시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실정이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의 회복 과정에서 수요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병목 등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거 한은의 물가 전망 대폭 상항 시,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컸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은 제공


한은은 22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우크라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성장이나 물가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24시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안재균 신한금투 연구원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된 지난해 3분기부터 가계 실질구매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향후 민간소비 둔화 우려가 부각될 수 있으며,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감안 시, 내수 소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들을 반영,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7.01포인트(1.35%) 하락한 2706.79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 지수는 16.14포인트(1.83%) 급락한 868.11에 마감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6원 오른 1192.7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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