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징비록’이 본격적인 임진왜란을 받으며 탄력 받았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이순신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치고나갈 가능성은 높다.

30일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징비록’은 임진왜란 직후 상주까지 밀고 올라오는 왜군의 기세등등한 모습 위주로 전개됐다. 부산포, 동래성을 연달아 함락시킨 왜군은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오며 조령을 넘었다.

조선이 자랑하는 신립(김형일)은 기마병을 이끌고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 대패하고 겨우 신립의 진영을 찾은 이일(서현철)은 “평지는 불리하다”고 조언하며 조령으로 부대를 이동시킬 것을 권유하지만 신립은 “이미 늦었다”며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다. 반면 조령을 지나며 소서행장(이광기)은 “조선군이 여기에 매복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라며 비웃었다.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단순한 왜변이 아니라 전쟁임을 깨달은 선조(김태우)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뒤에도 책임을 대신들에게 돌렸다가 자신을 탓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조선군이 왜군에 잇따라 패하면서 군사들의 동요도 일어났다. 병사는 물론 장군들도 군사부족을 이유로 족족 전장을 이탈했다. 덕분에 왜군은 쉽게 경상도 지역을 점령했다. 선조는 왜군이 도성 가까이 접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해하며 세자를 세울 것을 지시했다.

   
▲ KBS1 '징비록' 캡처

‘징비록’은 현재까지 등장했던 임진왜란 드라마와는 다른 양상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투 자체보다는 조정의 무능, 군사 편제의 문제, 장수들의 준비 부족 등 당시 조선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다큐멘터리와 같은 방식으로 인물들을 짚어내고 있다. 주인공 류성룡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선조, 신립, 광해군, 이덕형 등 주요 인물의 감정선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이는 드라마를 감정보다 사건 흐름에 집중해 보게 만든다. 부산진, 동래성 전투에서 보여준 스케일이 실망스러운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런 구조는 향후 권율의 행주대첩, 의병들의 승전, 그리고 모든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이순신의 활약까지도 비슷하게 그려낼 가능성이 높다.

김상휘PD는 매체 인터뷰에서 “극중 이순신은 류성룡과의 우정, 관계에 따른 에피소드 위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삭탈관직 당할 때는 비중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바람처럼 이순신의 통쾌한 해전이 ‘불멸의 이순신’과 같지는 않을 거라고 예측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전투장면과 관계없이 이순신은 등장만으로도 ‘징비록’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하든 김명민, 최민식과의 비교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단번에 주목받기에는 이 같은 역할이 없다. 누구나 두려워하면서도 탐낼 만하다.

이순신은 과연 언제쯤 등장해 ‘징비록’을 쥐락펴락할까. 인물보다 사건을 따라가는 전개방식에 따라 이순신 자체가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시청자들의 요구를 저버릴 수는 없을 터. 50부작 중 14회가 흐른 현 시점이라면 다음주 중에는 늠름한 거북선과 함께 얼굴을 비쳐줘야 하는 것 아닐까. 모두의 눈은 ‘불멸의 이순신’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