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살펴보니…19대 대선부터 '연예인 지지' 규모 줄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여야 무관하게 작동…"찍히면 죽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그 수가 유독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졌던 데다, 양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접전인 상태여서 공개 지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대표적인 연예인은 가수 이은미, 작곡가 윤일상, 그룹 시나위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신대철, 배우 김의성, 등으로 평소 진보 진영을 지지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가수 김흥국, 배우 독고영재, 정동남, 개그맨 김종국 등도 역대 대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를 지지했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 지난 16일 밤 서울 잠실 새내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서울 앞으로, 민생 제대로' 집중유세에서 가수 이은미 씨가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등장한 새로운 인물은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배우 김의성, 이원종, 박혁권, 가수 이정석,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가수 원타임 출신 송백경 등이다. 

역대 대선 살펴보니…19대 대선부터 ‘연예인 지지’ 규모 줄어

본격적으로 연예인 유세단이 꾸려졌던 시기는 지난 15대 대선이 치러진 1997년이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자원봉사단에 배우 임채무, 남성훈, 가수 태진아, 설운도 등 유명 연예인 40여명이 참여했다. 

또 연예인 출신 정치인 최의준, 정한용, 배우 남궁원, 최종원, 최명길, 박근형, 이대근, 손창민, 김수미, 백일섭, 오정해 가수 송대관, 이선희 신해철 등이 김대중 신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측에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이 본격 합류해 캠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2007년 17대 대선에는 연예인 지지의 세도 이 후보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18대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의 수가 비슷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대표적인 연예인은 가수 설운도, 김흥국, 배우 전원주, 선우용녀, 개그맨 김종국, 이용식 등이다. 또 문인 이외수, 공지영, 배우 최명길과 문성근, 명계남, 계그맨 임혁필 등이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는 연예인 유세단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갑자기 치러진 선거이기도 했고, 연예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인 직후여서 연예인들의 지지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 지난 2월 15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정동남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여야 무관하게 작동…“찍히면 죽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인 것은 박근혜 정부 직후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일었다. 

다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가수 원타임 출신 송백경은 “음지에서 윤 후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레전드급 선배가수님들이 꽤 많다”며 “겉으로 안 밝히는 이유는 대깨문이 와서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분탕을 치니까”라고 설명했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줄임말로 제19대 대통령 선거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던 유행어 중 하나다.

송 씨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주진우, 김어준 등은 영향력 있는 방송 진행자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활동 범위가 줄어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1월 SNS에 문재인 정부 비판 글을 올렸던 가수 JK김동욱씨는 UBC울산방송에서 10년째 진행하던 음악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가수 강원래는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한국 방역은 세계 꼴등”이라고 했다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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