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혜 인턴기자] 29일 방송을 끝으로 MBC ‘일밤-애니멀즈’가 폐지됐다. ‘아빠 어디가’ 후속으로 지난 1월 25일 첫 방송된지 2개월 만이다.

‘애니멀즈’는 ‘곰 세 마리, OK목장, 유치원에 간 강아지’ 등 동물과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콘셉트의 세 코너를 함께 묶어 출발했다. 시작은 신선했으나 시청률은 좀처럼 붙지 않았다.

시작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곰 세 마리’는 중국 판다곰과 스타들의 만남을 담았으나 중국 내 전염병 문제로 인해 끝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한류스타 유리(소녀시대), 박준형(god)과 곽동연은 마지막 인사도 전하지 못하고 코너 폐지를 맛보고 말았다.

   
▲ MBC '애니멀즈' 캡처

‘OK목장’도 제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윤도현, 조재윤, 김준현, 은혁 등 각 분야에서 입담좋은 스타들을 섭외했으나 생소한 동물과의 동거는 초반부터 어색함을 자아냈다. 양털을 밀고, 라마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등 에피소드는 어디선가 본 듯 했다.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는 부분까지 사실상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먹이주기, 산책시키기의 반복은 경쟁 프로그램으로 주저없이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나마 가장 눈길을 끈 코너는 ‘유치원에 간 강아지’였다. 육아와 애견, 예능에 익숙치않은 연예인들의 조합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예상대로 서장훈, 돈스파이크, 강남 세 선생님은 초반부터 아이들과 강아지를 돌보는데 전전긍긍했다. 아이들은 울었고, 강아지는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봤다.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출연진은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 육아 전문가로부터 아이들을 안는 법부터 배웠고,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강아지의 특성을 익히며 정을 주기 시작했고, 돈스파이크는 옛 애완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유기견인 파니와 주니를 입양하려고도 했다.

이런 선생님들의 노력은 조금씩 빛을 발했다. 아이들은 울지 않고 선생님을 쫓아다니는 동시에 강아지를 안아주기 시작했다. 윤석이의 “네”, 채유의 “알렉스 오빠”는 매회 화제가 됐다. 온유 엄마는 “너무 밝아졌다. 이제 손들고 발표도 하고, 주변 분들도 얼굴이 밝아지고 자신감도 늘었다고 말한다”며 프로그램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 MBC '애니멀즈' 캡처

시청자들은 ‘애니멀즈’ 게시판에 ‘유치원에 간 강아지’는 폐지할 필요가 있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맷을 바꾸거나 분량에 차이를 두는 등 별다른 시도 없이 시청률만을 문제삼아 방송 2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폐지하는건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애니멀즈’ 폐지는 쫓기듯 이뤄졌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온유가 ‘만두’를 ‘안두’라고 부르고, 알렉스가 채유의 마음을 받아주고, 파니와 주니가 다른 강아지들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어울리는 소소한 즐거움을 눈앞에서 놓치게 된 것 같아 서운하다.

다음주부터 ‘애니멀즈’ 후속으로는 ‘복면가왕’이 편성된다. 지난 설 연휴에 복면을 쓴 가수들이 1대1 대결을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는 콘셉트로 큰 관심을 얻었다. 우승한 EXID 솔지와 배우 김예원도 단숨에 주목받았다. 그러나 단발성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장기 프로젝트로 변경될 시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 우려가 높다.

‘복면가왕’은 시청률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럼 다음 프로그램은 과연 두 달 만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병맛’으로 시작해 ‘참맛’이 된 ‘무한도전’도 방송 초반 4%의 시청률로 폐지론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다는걸 MBC는 10여년 전이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